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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質보다 量'에 집착하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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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質보다 量'에 집착하는 국회

입력
2009.01.1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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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안을 제출하는 의원에게 공짜 법률 자문까지 해 주는데도 잘 이용하지 않네요."

14일 국회 사무처 법제실 관계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의원 입법안의 양은 많아지고 있지만 대부분 수준 이하"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14일 현재까지 18대 국회 전체 의원 입법안 제출 건수는 2,830건이지만 법제실이 의원들로부터 자문 의뢰받은 법안은 2,008건에 그쳤다. 나머지 822건은 법안의 완성도를 높여 주는 전문기관의 자문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해당 상임위로 직행했다. 의원들이 법안의 질보다는 건수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원들의 실적 부풀리기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함량 미달의 법안이 통과되든,철회ㆍ폐기되는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뻔히 아는 국회 사무처가 13일 보도자료를 하나 냈다. 자료에는 18대가 역대 국회 중 가장 활발한 입법활동을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정부 제출안과 의원 발의안 등 총 3,378건이 접수됐는데 무려 981건이 처리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처리안건에는 철회ㆍ폐기된 644건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쏙 빠져 있었다. 철회된 안건 258건 가운데 217건은 의원 입법안으로 대부분 입법 취지가 비슷해 해당 상임위에서 논의 후 다른 법안으로 대체돼 폐기된 것들이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의정 활동을 평가할 때 발의건수 등을 따지는 양적 기준은 이제 사라져야 하고 법안의 수준을 따지는 새로운 기준이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한 학자는 "선진국들처럼 법안 제출 이전에 법률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이후에는 그 실효성을 철저히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참고할 만한 얘기다.

고성호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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