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검사장급 인사는 평년보다 상당기간 앞당겨졌다. 보통 검사장급 인사가 2월 초, 중간간부와 평검사 인사가 2월 말까지 진행되는 게 관례였는데, 올해는 이보다 보름 이상 앞당겨진 셈이다. 겉으로 드러난 특별한 사정도 없어 그 배경에 대해 이런저런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검찰 인사 제청권을 가진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교체 가능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설 직후 개각에서 차기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김 장관이 그에 대비해 미리 인사를 매듭지으려 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새 법무장관이 임명되면 검찰 조직을 파악하고 인선을 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인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그러나 "2월 인사에서 크게 앞당겨진 것도 아니고, 인사는 빨리 할수록 좋다는 기본 생각에 따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선 평년보다 적은 6명만 검사장급으로 승진했다. 이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법무부는 당초 7명의 고참 검사장을 내보내서, 공석인 2개를 포함해 평년 수준인 9~10명의 승진을 계획했다.
하지만 '용퇴' 요청을 받은 간부들 중 명확히 사퇴 의사를 밝힌 사람은 김태현 법무연수원장, 박상옥 서울북부지검장, 이복태 서울동부지검장 등 3명 뿐이었다. 박영수 서울고검장은 "생각해보겠다"며 장고에 들어갔고, 결국 막판에 어렵게 사퇴를 마음먹었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인 사시 20기 고검장 4인방 중 김태현(대구) 박영수(제주) 고검장이 물러나게 된 것은 지역안배 원칙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아남은 권재진, 명동성 고검장은 각각 대구, 전남 강진 출신이다.
법무부는 사퇴에 동의하지 않은 김상봉 부산고검 차장, 박영관 제주지검장, 조한욱 광주고검 차장을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자리로 '좌천'시킴으로써 결국 '9명 승진'목표를 달성할 것 같다. 이에 따른 추가 승진인사도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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