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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자백 '선착순' 1시간 늦어 15억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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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자백 '선착순' 1시간 늦어 15억 손해

입력
2009.01.1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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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사가 공사 입찰 담합 사실을 경쟁사보다 1시간 늦게 자진 신고했다가 자백 순위에서 밀려 과징금 15억원을 더 물게 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3일 서울고등법원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06년 1월 SK건설, 금호산업, 쌍용건설은 환경관리공단이 발주한 남강댐 상류 하수도 공사 입찰에서 입찰신청가를 공사예정금액(881억 1,300만원)에 맞추기로 사전 합의했다. 업체들끼리 출혈 경쟁을 피하고 기술심사에서만 경쟁하는 식으로, 어떤 업체가 선정되더라도 최종 낙찰가가 기본적으로 높게 나오도록 한 것.

입찰 당일 SK건설은 870억 1,500만원, 금호산업과 쌍용건설은 각각 867억 9,100만원, 870억 1,350만원을 제시했고, 결국 기술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쌍용건설이 시공업체로 선정됐다. 그러나 수주를 하지 못한 두 업체도 다른 입찰에서 같은 식으로 혜택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들러리'를 서는 데 불만은 없었다.

업체별 입찰신청가가 거의 일치하는 점을 수상히 여긴 공정거래위원회는 같은 해 7월 담합행위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에 담합 사실을 가장 먼저 신고한 곳은 쌍용건설이었다. 규정에 따르면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하는 경우 수주 여부에 상관없이 과징금을 전액 면제 받거나 감면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의 자백 사실은 다른 두 업체에 거의 동시에 알려졌다. 당시 규정상 과징금 면제ㆍ감면 혜택은 원칙적으로 자진 신고 선착순 1, 2위 업체에만 주어졌기 때문에, 즉시 치열한 신고 경쟁이 펼쳐졌다. 발 빠르게 대응한 쪽은 금호산업이었다. 금호산업은 쌍용건설의 자신 신고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이메일과 팩스(전화 신고는 불가능)로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SK건설도 거의 같은 시각에 신고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한 발 늦었다. SK건설은 공정위에 직원을 직접 보내 담합 사실을 신고했고, 금호산업보다 1시간 늦게 자백한 것으로 처리됐다.

결국 담합 신고 순위가 '꼴찌'로 매겨진 SK건설은 과징금 43억 5,000만원을 부과 받았고, 2007년 7월 조사에 협조한 점이 특별히 참작돼 15% 감면된 37억원의 과징금이 최종 확정됐다. 1시간만 일찍 신고했더라면 최대 50%를 감면 받아 21억 7,500만원만 부담하면 됐을 상황이었다.

SK건설은 지난해 3월 "결과적으로 수주를 하지 못했고, 금호산업과 동시에 자백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37억원의 과징금을 내는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고법에 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 이성보)는 8일 "공정위가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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