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한국 차석대표인 황준국 외교통상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이 15일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3일 "황 단장을 비롯한 6명의 실사단이 14일 중국 베이징을 경유해 15일 평양에 도착, 영변 등을 방문할 예정이지만 돌아오는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식적인 방문 이유는 북한 영변 핵시설 불능화 조치 중 마지막 단계인 미사용 연료봉 처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다. 정부도 "실사 차원 방북"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검증 문제 때문에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핵 협상이 20일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에 맞춰 재시동을 거는 신호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황 단장의 방북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남측 당국자가 평양을 방문하는 사실상 첫 사례라는 점에서 북한의 남북관계 태도 변화 여부도 주목된다. 북한이 외무성 차원이기는 해도 정부의 방북 의사 타진을 받아들인 것 자체는 긍정적 태도 변화로 볼 수 있다.
영변 핵시설 불능화 조치는 2007년 10월3일 6자회담에서 11가지로 합의됐다. 이 중 8가지 작업은 완료됐고 ▦사용후 연료봉 인출 ▦원자로 구동장치 제거 ▦미사용 연료봉 처리만 남아 있었다. 영변 5Mw 원자로에는 8,000여개의 연료봉이 들어 있는데 이 가운데 5,500여개가 인출됐고 북한은 하루에 15개 정도씩 빼내고 있다. 따라서 10ㆍ3 합의 당시 '구부리거나 매각해' 불능화하기로 한 미사용 연료봉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북핵 폐기 2단계 불능화 작업의 마무리 조치로 이해돼 왔다.
북한은 지난해 7월 미사용 연료봉 1만4,00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통보했다. 여기에 들어 있는 우라늄은 100여톤으로 국제시세로 1,000만 달러에 달한다. 정부는 2007년 이후 미사용 연료봉을 우리가 구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 "北美 관계정상화 먼저"北, 핵포기 관련 담화
한편 북한 외무성은 13일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이 전환되고 핵위협이 제거돼야만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가 9.19공동성명에 동의한 것은 비핵화를 통한 관계개선이 아니라 바로 관계정상화를 통한 비핵화라는 원칙적 입장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의 근원적인 청산 없이는 100년이 가도 우리가 핵무기를 먼저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무성 담화는 미국의 오바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북미관계 정상화를 통해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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