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대표 김반석)이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GM에 전기자동차용 전지(배터리)를 공급한다. 배터리는 전기자동차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부품. 특히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류가 결국 전기자동차인 만큼, 우리 독자 기술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LG화학은 13일 GM이 2010년 양산 예정인 전기자동차(EV) '시보레 볼트'의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 단독 공급자로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GM도 이날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시보레 볼트 양산형 모델을 선보이며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공급 기간은 2010년 하반기부터 2015년까지 6년 동안. 다만, 구체적인 공급 규모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GM이 2010~2015년 시보레 볼트를 30만대 가량 판매한다고 가정할 경우 LG화학은 총 2조원 가량의 추가 매출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08년 7,000억원에서 2012년 3조2,000억원으로 연 평균 47%의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톱 전지 메이커로
GM의 시보레 볼트는 배터리가 동력의 보조수단으로 사용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와는 달리 순전히 배터리의 힘만으로 구동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반면, 이 전기자동차는 처음 60㎞는 배터리에 충전된 전기에너지로 운행하고 이후에는 엔진에서 발전된 전기를 재충전해 운행된다. 한번에 700㎞까지 운행할 수 있다. 그 동안 업계에선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자동차에 어느 업체의 배터리가 적용될 것인 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GM의 릭 왜고너 회장은 이날 "GM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차대한 프로젝트인 만큼, 철저한 테스트를 거쳐 신중하게 배터리 업체를 선정했다"며 "우수한 품질, 안정적인 양산능력, 모바일용 소형 배터리에 관한 오랜 경험 등을 감안해 LG화학을 공급업체로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LG화학 김반석 부회장도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중 하나인 GM으로부터 세계 최고의 배터리 기술력을 인정 받은 것은 쾌거"라고 평했다. 그는 또 "2013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하는 등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을 LG화학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메이커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따라잡기 위한 한ㆍ미 연합작전
LG화학이 GM과 손을 잡음에 따라 전기자동차용 전지 시장에서 한ㆍ미 연합군이 일본과 본격 경쟁에 나서게 됐다. 1990년대 초 하이브리드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에 처음 진입한 일본은 현재 니켈수소 배터리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선두 주자인 PEVE, MBI, 산요 등이 모두 일본 업체이다.
그러나 LG화학이 공급하는 배터리는 크기 180㎝, 무게 180㎏, 전력량 16㎾h로, 일본의 니켈수소 배터리에 비해 50% 이상 높은 출력과 에너지를 제공하면서도 가볍고 부피가 작아 일본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특히 폭발 위험이 없을 뿐 아니라 수명도 길다는 게 LG화학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그간 기초 기술력이 미약해 산업 규모는 컸어도 원천기술 등은 여전히 일본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LG화학의 GM 배터리 공급업체 선정은 그 동안의 꾸준한 연구ㆍ개발(R&D) 투자가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신호탄으로, 일본과의 경쟁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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