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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고려대 정시모집 논술고사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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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고려대 정시모집 논술고사 분석

입력
2009.01.1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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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인문)와 서울대(인문, 자연)의 2009학년도 정시모집 논술고사가 9일과 12일 각각 실시됐다. 두 학교의 정시 논술에서도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는 통합논술의 흐름은 뚜렷이 이어졌다.

개념ㆍ원리의 응용 능력은 물론 학교 교육과정 내용을 토대로 주제와 관련한 쟁점과 논거들을 수험생 스스로 찾아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도 대입 논술의 변화된 출제 경향을 보여준다.

■ 서울대

인문계열 소논제 수는 한 문항(3개) 감소했지만 답안 분량이 늘어(4,600자→ 5,000자) 과거 정통 논술 시험과 최근의 통합논술이 적절하게 혼합된 형태를 취했다. 비교적 친숙한 주제와 짧고 평이한 제시문, 총 10개의 제시문 중 6개가 교과서에서 출제될 정도로 교과 과정과의 친밀도가 높았다.

하지만 주어진 자료를 응용해 자신의 주장을 펴고 그 근거가 되는 내용까지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에 체감 난도는 상당히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문항1은 '삶의 다양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삶의 다양성에 대한 당위를 말하고 있으나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따라서 단순히 사례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사례를 활용한 논증 방식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문제 해결의 관건이다.

문항2는 4개의 짧은 제시문과 두 개의 논제로 구성돼 있다. '사회적 갈등의 해결'이라는 주제와 조건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어 논제 자체는 어렵지 않다. 중요한 것은 자료와 수험생이 알고 있는 배경지식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있다.

가령 논제2는 합리적 선택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일반 명제로 확장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려는 것이다. 개별적이고 특수한 상황을 일반화하는 능력은 문제점을 찾아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문항3은 '한옥'을 통해 전통문화의 계승과 변동 양상을 서술해야 한다. 앞의 두 문항과 달리 사진, 평면도 등 제시된 자료를 답안에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최근 통합논술의 경향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

자연계열 특정 값에 관한 풀이 과정보다 설명, 추론 등을 요구하는 사고력 중심의 논제 비중이 높아졌다. 굳이 구분하자면 과학 영역에서 3문항, 수학 영역에서 1문항이 각각 출제돼 문항 형식은 지난해와 동일했지만 과목ㆍ영역간 통합을 적극적으로 시도했다. 또 수험생들이 총 17개의 소논제를 해결해야 해 적절한 시간 안배 능력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시험이었다.

서울대 자연계 논술은 교과서 지문과 주제를 활용하는 한편, 일상 생활 속에서 개념과 원리가 적용되는 사례를 발견하도록 유도했다. 제시된 수식 및 도표, 관련 자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주문하는 것도 특징이다.

논제는 '물과 지구환경의 특성', '세포의 특징과 활동', '전자기파와 광합성, 태양광 전지', '유일성 정리' 등이었다. 특히 수학 문항은 고난도의 풀이형 문제와 대학 교과과정에서 다루는 미분 방정식이 나와 어려웠다. 수학적 풀이 과정을 통해 철학적인 결론을 도출해낼 것을 요구한 것도 다소 생소한 부분이었다.

'물과 지구환경의 특성'을 주제로 한 문항1은 화학과 지구과학 과목을 결합했다. 물의 표면장력 크기를 추정하는 문제 등 물의 물리적ㆍ화학적 원리를 구름 및 강수현상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능력을 중요시했다. 생물ㆍ화학 과목이 연계된 문항2는 자료를 토대로 결론을 유추하도록 구성해 제시문 분석력이 뛰어난 수험생에게 유리했다.

문항3은 전자기파와 광합성 등 교과 내용이 주로 반영됐다. 대체 자원으로 각광받는 태양에너지를 소재로 기본 원리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가 필요한 문제였다.

문항4는 어느 한 시점에서의 상태(좌표, 속도, 가속도 등)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수학의 '유일성 정리'를 제시했다. 그러나 출제의 주안점은 20세기 들어 새롭게 등장한 '카오스 이론'을 통해 철학적인 결론을 이끌어 내는 부분에 맞춰져 있어 상당히 까다로웠다.

■ 고려대

인문계열 수험생만 치른 고려대 정시 논술은 '공감'이라는 주제 아래 총 3문제가 출제됐다. 올해 시험 역시 통합논술의 유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제시문의 개수, 답안 분량 등이 다소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논제는 특정 관점에서 주어진 제시문들을 비교해 자신의 견해를 서술하는 형태를 새롭게 선보였다. 또 여러 조건들을 근거로 특정 주장을 비판하는 문제도 나왔다. 전반적으로 난도는 크게 높지 않았으나 연세대와 마찬가지로 제시문의 길이가 길고, 논제가 다소 까다로운 편이어서 수험생들이 곤란을 겪었을 것이다.

논제Ⅰ은 두 페이지 분량의 긴 글을 500자 내외로 요약하는 문제이다. 분량이 많고 내용이 복잡한 탓에 정확하고 빠른 독해 능력이 요구되는 유형이다. 데이비드 밀러의 '사해동포주의'를 소개한 제시문 (가)에서는 국지적 의무와 지구적 의무 가운데 어느 한 쪽에 우선순위를 부여할 수 없다는 점을 간파해야 한다.

논제Ⅱ는 '공감의 확장'이라는 면에서 제시문 (나), (다), (라)를 비교하고 '공감과 도덕적 실천의 상관관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면 된다. 제시문 (나)는 만민 공동체 형태의 세계 통일 정부 체제를 주장하고, 제시문 (다)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에 대한 막스 셸러의 입장이 정리돼 있다.

제시문 (라)는 시의 일부로 공감의 확장 가능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공감'에 대한 각각 다른 주장을 토대로 수험생의 생각을 명확하게 드러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논제Ⅲ은 '최소한의 도덕성과 합리성'에 관한 6가지 조건들을 전제로 '예방접종을 받으면 장티푸스를 피할 수 있는 먼 나라의 아이를 돕지 않는 행위'를 비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러 선호관계와 그에 따른 행위실행을 논리적으로 도출하면 된다. 논리적 추론에 익숙하지 않은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끼는 유형이어서 변별력이 가장 뚜렷했다.

●도움말 유웨이중앙교육 논술팀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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