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금융공룡'으로 군림했던 미국 씨티그룹이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과 주가 폭락에 '금융 백화점'의 명성은 어느새 온데 간데 없고 이제는 자회사 매각과 경영진 교체 등 살아남기에 급급한 형국이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씨티그룹이 다음주(22일) 발표할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100억달러 이상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대략적인 순손실 규모만도 월가 예상(41억달러)을 크게 웃도는 60억달러 수준으로 전망되면서 5분기 연속 적자가 불가피한 상태다. 이럴 경우 지난해 씨티그룹의 총 손실규모는 200억달러를 넘게 된다.
이에 따라 이날 뉴욕증시에서 씨티그룹 주가는 하루 사이 17% 폭락한 5달러60센트로 마감됐다.
멈추지 않는 적자행진은 경영진 물갈이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 재무장관 출신의 로버트 루빈 선임고문이 사퇴한 데 이어, 현 회장과 최고경영자(CEO)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 은행감독 당국이 씨티그룹에 이사진을 교체하고 특히 윈프리드 비쇼프 회장을 교체토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후임에는 타임워너의 회장이자 씨티그룹 이사회 멤버인 리처드 파슨스가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비크람 팬디트 CEO 역시 당장 대안은 거론되지 않지만 갖은 비난에 직면한 상태다.
수년간 문어발처럼 사업을 확장하던 기세 역시 어느새 생존을 위한 다이어트로 바뀌었다. 시장에서는 이미 씨티그룹이 그간 종합금융그룹 목표를 포기하고 다시 순수 상업은행 중심으로 영업방향을 선회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씨티그룹은 현재 알짜배기 주식영업 부문 자회사(스미스바니)를 모건스탠리에 넘기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스미스바니 매각으로 60억달러의 이익을 볼 것이라는 소식조차 주가 하락을 막지 못할 정도로 씨티그룹의 상태는 심각한 상태. 지난해 10월 500억달러 규모의 정부 구제금융까지 받았지만 씨티의 굴욕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씨티그룹은 이 밖에 멕시칸 은행 사업부, 생명보험 사업부, 중국 프라이빗뱅킹(PB) 사업부문 등 전방위 매각을 추진중이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마저도 증시 침체로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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