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2일 백악관에서 열린 고별 기자회견에서 재임기간 중 실수를 추궁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끝까지 당당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두 건의 전쟁과 최악의 불황이라는 불명예를 남기고도 "미국을 안전하게 지키고 자유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했다" "내가 미국의 도덕성에 흠집을 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등 자신을 변호하기에 급급했다.
다만 이라크 전쟁 발발 직후 해군 군함 위에 올라가 '임무완성(Mission Completed)'이라고 적은 현수막 아래에서 연설한 것과,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의 고문은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회견 직후 미국 언론은 부시의 뻔뻔한 태도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특히 AP통신은 부시의 발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수치와 사실 관계 등을 제시했다.
"나는 전 정권으로부터 경기침체를 물려받았다…52개월 동안은 미국 내 일자리가 증가했다."
부시의 재임 기간 동안 두 번의 경기침체가 있었다. 첫번째는 2001년 3월 시작돼 8개월 동안 지속됐다. 하지만 그가 취임한 2001년 1월 이후 발생했기 때문에 경기침체를 물려받았다는 부시 대통령의 말은 틀렸다.
52개월 동안 일자리가 증가했다는 주장은 사실이지만 재임기간 동안 일자리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일자리는 2003년 9월에야 예전 수준을 회복됐고 2007년 1월까지 52개월 간 증가하다 다시 감소했다. 재임기간 신규 일자리는 300만개다. 전임 빌 클린턴 대통령 때는 2,100만개였다.
"(허리케인 카트리나 당시) 사람들은 연방 정부의 대응이 느렸다고 한다. 3만명 이상이 지붕 위에서 도움을 구하는 상황에서 늑장대처만 탓할 수 없다. 정말 빠른 대응이었다."
빠른 대응을 말할 입장이 못된다. 카트리나 피해 지역은 아직 제대로 복구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9월 현재 루이지애나주의 9,000가구는 여전히 트레일러 생활을 하고 있고 걸프만 인근 주민 3만명은 주거 보조를 받고 있다. 뉴올리언스의 병원 23곳 중 5곳은 여전히 폐쇄돼 있다. 부시는 1,210억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승인했지만 정작 피해 복구와 수재민 지원에 사용된 예산은 150억 달러에 불과하다.
"재임 기간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국을 설득했고…평화 증진을 위해 노력했다."
평화 정착 노력을 기울인 시기는 임기 말에 국한된다. 부시는 2007년 고위급 평화 회담을 지원했고 2008년 초 이스라엘과 요르단 서안지구를 방문했다.
임기 초기에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에 대해"때가 무르익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아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사망하기를 기다렸다는 말이다.
실상 부시 대통령은 지금 전개되고 있는 가자 사태의 중요한 원인 제공자다. 부시는 마흐무드 압바스 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압력을 가해 2006년 의회 선거를 치르도록 했다. 선거 결과 하마스가 승리하고 가자지구가 하마스의 통제에 들어가면서 이스라엘이 공습을 시작,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되는 현 상황에 이른 것이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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