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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부터 '시로 여는 아침' 새로 집필 허수경 시인 "詩는 삶을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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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부터 '시로 여는 아침' 새로 집필 허수경 시인 "詩는 삶을 표현하는 가장 강력한 형식"

입력
2009.01.14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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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는 시인들에 대한 나의 사랑 고백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시를 읽을 수 있는 영광의 시간에 대한 찬가이기도 할 것입니다."

멀리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시인 허수경(45)씨가 시로 한국의 아침을 연다. 한국일보의 '시로 여는 아침'을 통해서다. 허씨는 지난해 8월11일부터 5개월 동안 시인 손택수(39)씨가 연재해온 '시로 여는 아침'의 새 필자로 19일부터 매주 월~수요일 아침 독자들을 찾아간다.

손택수 시인은 "세상의 소소한 아픔들과 늘 함께하는 시인, 아픔을 통해서 치유의 언어를 구사하는 시인으로 제 부족함을 잘 메워주실 분"이라는 허씨에 대한 상찬으로 연재를 마치는 소감을 대신했다.

"오랫동안 독일에 있어 우리나라 독자들과 호흡을 맞출 수 있을지, 감각을 이해할 수 있을지 솔직히 조금 두렵다"고 말문을 연 허씨는 "글로벌 금융위기, 기후변화, 전쟁, 기아 등 신나는 일이 많지 않은 시대에 시로 아침을 연다니,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겠다. 두렵지만 즐겁게 시작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하고 졸업 후 라디오작가 일을 하며 시를 썼던 허씨는 1992년 갑작스럽게 독일로 건너갔고, 뮌스터대에서 고대 근동고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역사적 민중성과 현실성이 결합된 우리 민족의 한의 정서를 놀랍도록 서정적인 언어로 갈무리해 담아낸 그의 첫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1988)는 시단에 충격을 주며 허수경이란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킨 시집이었다.

독일로 간 후에는 전공인 고고학적 사유와 국제적 시야를 결합해 반전, 문명비판적 주제의식으로 시 세계의 확장을 보여주었다.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청동의 시간 감자의> 등은 그가 독일에 있으면서 쓴 시집이다. 그는 <끝없는 이야기> (미하일 엔데), <사랑하기 위한 일곱번의 시도> (막심 빌러)를 번역하는 등 독일문학 소개에도 힘썼다.

"비록 독일에 살고 있지만 '시로 여는 아침'을 통해 우리나라의 젊은 시인들을 많이 알리고 싶다. 나와 스타일이 전혀 다른 시를 쓰는 비범한 시인들이 많아 행복하다"는 허씨는 "독일 시인으로는 파울 첼란처럼 많이 알려진, 이미 고전이 된 시인들의 시를 소개할 것"이라고 연재 구상을 밝혔다. 젊은 우리 시인들로 그는 김근, 안현미, 김민정, 황병승, 김경주 시인 등을 거명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대 근동고고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공부했던 시인은 2006년 남메소포타미아 지방(현재 이라크 남부)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도 1년에 두 달 정도 고대 히타이트 왕국의 수도였던 터키의 보아츠칼레에서 고대 건축물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 출간 후 전공 이외에도 역사, 과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있다고 근황을 전한 그는 "고고학 공부를 시작한 것은 문학 때문이었는데, 학위를 마치고 다시 제 자리인 문학으로 돌아왔다. 전업작가로 살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물신주의의 시대,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혹은 시를 읽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허씨는 "몇 개의 문장으로 어떤 아우라가 눈 앞으로 다가오는 신기함, 초라한 삶 앞으로 갑자기 다가오는 아름다움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하는 시는 우리에게 용기와 위안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시인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삶의 형식을 택하는 것"이라며 "삶을 표현하는 다양한 형식 가운데 시야말로 가장 강력한 형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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