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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 물리학도의 고통스러운 직업 갖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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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 물리학도의 고통스러운 직업 갖기

입력
2009.01.1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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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 귀천이 있을까마는, 그래도 환경미화원이 되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어깨에 둘러메고 뛰는 물리학도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했다. 혹한이 맹위를 떨친 12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강서중학교에서 치러진 환경미화원 공개채용 체력 심사장에서 그는 20㎏짜리 모래주머니를 들고 왕복 50m를 힘껏 달렸지만 낙방했다. 나이 서른 일곱. 비록 공부하는 틈틈이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기록이 좋을 리가 없어 합격선보다 4초나 느렸다.

그가 환경미화원에 지원한 이유는 단순했다.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초봉 3,100만~3,300만원이라는 직업의 안정성과 비교적 후한 보수 때문이라고 했다. 박사과정까지 수료했지만 척박한 고용현실 앞에서 그는 전공지식을 버렸다. 순수과학도로서의 열정과 꿈도 접었다. 그 사람만이 아니다. 전문대 이상을 졸업한 23명도 환경미화원이 되려고 그와 똑같이 모래주머니를 메고 뛰었다.

대학원까지 나온 사람은 환경미화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더없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직업일 수 있다. 솔직히 고학력 인플레로 인해 우리 젊은이들의 직업에 대한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은 것도 문제다. 누구나 쉽게 구직난을 말하지만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도 많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 취업의 고통을 겪었던 당시의 서울대 졸업생이 후배들을 위해 애정어린 코치를 하고,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두산그룹 회장)이 대학생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에서는 일자리 늘리기 자체가 우선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자리가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얻은 젊은이들의 지식과 능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곳이라면 이 또한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고 비극이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 단순한 숫자 늘리기에 머무르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가 미래 한국경제를 이끌어 갈 17개 신 성장동력을 선정해 집중 투자, 10년 동안 350만 명의 일다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니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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