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개봉한 영화 '미쓰 홍당무'는 충무로에 몇 가지 선물을 안겨줬다. '여배우에게 미모는 또 하나의 연기'라는 오랜 편견을 시원하게 날려보내며 새로운 여성 캐릭터의 가능성을 알렸고, 이경미라는 잠재력 풍부한 신인 감독을 등장시켰다. 그리고 또 다른 선물 하나. '전교 왕따' 역을 맡아 선배들에게 밀리지 않는 단단한 연기를 보여준 신인 배우 서우다.
서우는 2007년 장진 감독의 '아들'에서 조연으로 처음 얼굴을 알렸다. 이후 MBC 시트콤 '김치 치즈 스마일'을 거쳐, '미쓰 홍당무'로 그는 단번에 주목 받는 배우로 떠올랐다. 2008년은 서우에게 생애 최고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쓰 홍당무'로 영화감독 모임인 디렉터스 컷이 주최하는 디렉터스 컷 어워드를 비롯해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영평상,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거푸 신인 여우상을 받았다. 영화인들 사이에서 올해 가장 기대되는 여자 배우라는 말도 숱하게 들린다.
한 영화인은 "주요 여배우들의 활동이 부진한 상황에서 좋은 배우로 도약할 만한 자질을 지닌 서우의 등장이 반갑다"고 호평했다.
서우는 '미쓰 홍당무' 이후 쏟아지는 칭찬과 기대에 대해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지치고 힘들었는데 이를 위로해주는 큰 선물이자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올해가 영화ㆍ방송계의 불황이라는 잿빛 현실도 서우는 비켜가는 듯하다. 브라운과 스크린에서 잇달아 그의 연기를 탐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우는 17세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 퓨전 사극 드라마 '탐나는도다'에서 해녀 버진 역을 맡아 제주도 겨울바다에서 한참 물질을 하고 있는 중이다.
드라마 촬영이 끝나면 2월부터는 '질투는 나의 힘'의 박찬옥 감독의 신작 '파주'에서 형부와 묘한 감정을 교감하는 여주인공으로 변신한다.
만 스물한살의 이 여린 배우는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평생 연기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주류든 비주류든 매력 있는 캐릭터라면 꼭 하고 싶다"며 스타보다 연기자로 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난해 디렉터스 컷 어워드 시상식에서 많은 감독님들이 '돈보다는 하고 싶은 작품이나 좋은 작품을 만나 이름을 오래 남길 수 있도록 하라'고 하시더군요. '미쓰 홍당무'를 촬영하면서 연기를 진정으로 느끼게 됐고 욕심도 생겼어요.
존경하는 배우요? 당연히 엄정화 선배죠. 일상에선 정말 따뜻한 분인데 스크린에서는 매서운 카리스마를 발산하시잖아요. 저도 저만의 카리스마를 만들어가고 싶어요."
라제기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