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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부대 이전 연기…고덕신도시 보상 지연…쌍용차 법정관리…평택 '올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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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부대 이전 연기…고덕신도시 보상 지연…쌍용차 법정관리…평택 '올 스톱'

입력
2009.01.1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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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낮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정문 앞. 점심 시간인데도 문을 나서는 직원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겨우 몇 개 테이블만 손님을 받은 인근 식당 주인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지난달 공장 가동 중단과 함께 월급을 받지 못한 쌍용자동차 직원들이 외식이나 회식을 자제하면서 이 일대 상권은 요즘 영하의 날씨보다 더 차갑게 얼어붙었다.

이날 오후 평택 미군기지 인근 팽성읍 원정리. 4층 빌라 형태의 짓다 만 건물 3개동이 을씨년스럽게 서 있다. 주변 상태를 볼 때 공사가 중단된 지 꽤 오래 된 듯하다.

한때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군기지 이전 예정지 대추리와 지척인 원정리에는 이 건물 말고도 공사가 중단된 렌트하우스가 곳곳에 눈에 띈다. 미군부대 이전이 또 한차례 늦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미군기지 이전, 고덕국제화신도시 및 평택경제자유구역 건설 발표로 승승장구 하던 평택 지역경제가 쌍용자동차 법정관리 신청, 미군기지 이전 연기, 고덕신도시 보상 연기의 '3각 파도'를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잘 나가던 탓에 침체의 충격파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가운데 수도권전철 개통으로 유흥시설이 발달한 인근 수원이나 천안으로 놀러 가는 젊은이들까지 늘어, 평택 도심에서는 요즘 "도시가 생긴 이래 최악의 불황"이라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평택시 관계자는 "쌍용자동차 직원들이 퇴근 후 술잔을 기울이던 중앙동, 비전1ㆍ2동, 신평동은 저녁이면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면서 "특히 쌍용차 직원들이 많이 모여 사는 세교동 같은 동네 분위기도 안쓰러울 정도"고 말했다.

평택시 음식업조합에 따르면 이 지역 음식점들의 매출이 최근 쌍용자동차 인근은 절반 이상, 평택 도심 등 나머지 지역도 30∼40% 이상 줄어들었다.

유흥업조합 이희영 사무국장은 "직원 5,000명인 쌍용자동차와 협력업체가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면서 "회생 절차에 들어간다 해도 지갑이 쉽게 열릴 것 같지 않아 미래가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미군기지 이전이 2014∼2016년으로 또 한차례 연기가 기정사실화 하면서 부동산 시장도 휘청거리고 있다. 미군 이전 특수를 기대하고 렌트하우스를 짓거나 땅을 샀던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입었고, 이제는 땅을 내놓아도 사려는 사람이 없어 한숨만 내쉬고 있다.

팽성읍 다인부동산 이재석씨는 "미군이 비용 절감을 위해 영내에 숙소를 건설하면서 렌트하우스가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면서 "짓다가 건축을 포기한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이미 지은 곳도 상당수 부도위기라고 보면 틀림없다"고 말했다.

미군기지 이전이 결정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팽성읍 일대에 허가 난 렌트하우스는 924건에 3,190세대. 이중 준공된 경우는 551건, 1,933세대에 불과하고, 261건에 872세대는 건물을 짓다 말았으며 112건 385세대는 착공조차 하지 않았다.

미준공 건물은 대부분 기초공사를 해놓고 추이를 지켜보는 경우다. 이중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경매로 넘어간 경우도 꽤 있다고 알려졌다.

안정리에서 렌트하우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동산114 장호인 소장은 "재작년 400세대 안팎에 달하던 공실률이 지난해 100여 세대로 떨어졌지만 이는 미군이 아니라 미군부대 공사에 나선 한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왔기 때문"이라면서 "월세도 대형 평형의 경우 100만원이나 떨어지는 등 터무니없이 낮아져 일부 건물주들이 미군 상대 월세를 포기하자고 건의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예정됐던 3조 1,000억원 규모의 고덕국제화신도시 토지보상이 연기된 것도 지역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토지공사나 경기도시공사, 평택도시공사 등은 자금난을 들어 보상을 올해 말로 연기했는데, 내년으로 더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3각 파도에 휩쓸린 평택 지역경제의 어려움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평택시나 경기도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김문수 지사와 송명호 시장, 원유철 국회의원 등이 이날 경기도청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정부에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평택동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김모(53)씨는 "요즘 젊은이들마저 수도권전철을 타고 다른 도시로 빠져나가 주말에도 사람 보기가 힘들다"면서 "이 지경이 되고 나서야 부산을 떠는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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