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과속스캔들'이 6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11일까지 관객은 586만3,909명(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집계). 평일 7만명 가량이 찾는 현 추세대로라면 '과속스캔들'은 수요일 전후로 600만 관객에 도달, 한국영화 역대 흥행순위 14위에 오를 전망이다.
당초 영화 속 대사처럼 "좀 합디다" 수준의 흥행 성적이 예상됐던 '과속스캔들'의 지칠 줄 모르는 질주는 기존 충무로의 흥행 공식을 송두리째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충무로 흥행 공식과 비교할 때 '과속스캔들'에는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가. 대박 이유를 분석해본다.
■ 신인 감독, 아역, 신인배우가 있다
'과속스캔들'의 연출은 신인 강형철 감독이 맡았다. 강 감독은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다수의 단편영화를 만들었지만, 그 흔한 충무로 연출부 생활도 거치지 않은 '초보 감독'이다.
감독 데뷔작이 600만 관객을 넘기기는 2006년 '투사부일체'(감독 김동원)에 이어 두 번째. 김동원 감독이 CF감독으로 오랜 시간 실력을 다졌던 점을 감안하면 강 감독이 사실상 첫 대박 신인 감독인 셈이다.
신인 감독의 지휘를 묵묵히 따른 주연 배우들도 차태현을 제외하면 신인이었다. 2대에 이은 '과속'이 만들어낸 딸과 손자 역을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무난히 소화해낸 박보영과 아역 왕석현은 관객들의 눈에 낯선 배우들이다. 스타 조연급을 캐스팅해서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던 기존 흥행영화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홍보ㆍ마케팅을 담당한 영화사 영화인의 신유경 대표는 "배우들의 인지도가 낮아 마케팅이 쉽지 않았으나 오히려 신인 배우들의 연기가 신선함을 준 듯하다"고 분석했다. 영화평론가인 심영섭 대구사이버대 교수도 "아역의 연기가 너무 사랑스러워 여성 관객들이 충만감과 흐뭇함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 티켓 파워, 물량, 선정성은 없다
'과속스캔들'은 차태현이라는 배우를 내세웠으나 그의 스타성만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끌기엔 역부족이었다. 차태현은 2001년 '엽기적인 그녀'가 잭팟을 터트린 이후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해피에로크리스마스' '파랑주의보' '바보' 등 출연작 8편이 잇달아 흥행전선에서 쓴맛을 봤다. 영화 촬영 단계부터 주연배우의 티켓 파워는 크게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이렇다 할 물량 공세도 없었다. 순제작비는 25억원. 역대 흥행 20위권 영화 중 가장 '짜게' 만든 영화다.
자극적인 조미료도 가하지 않았다.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선정성과 폭력성은 극히 미약하다. 조폭 코미디나 스릴러 등 소위 '쎈' 영화를 선호하는 한국관객들의 취향대로라면 밍밍한 코미디영화다.
심영섭 교수는 "관객들은 연말연시엔 영화 선택에서 너그러워진다"며 "불황이다 보니 더더욱 부담없는 '과속스캔들'을 선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매년 12월 초면 할리우드 대작이나 한국영화 기대작이 쏟아지던 예년과 달리 경쟁작이 유달리 없었던 점도 주효했다. 오동진 동의대 영화학과 교수도 "불황기에 이렇다 할 한국영화가 없는 상황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우울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와 가족주의 분위기, 균형감 있고 오버하지 않는 코미디가 관객들의 마음을 잡았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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