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정색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를 비판했다. 지난해 3월 푸틴에 의해 차기 대통령으로 지명된 이후, 총리로 물러난 푸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해 '푸틴의 꼭두각시'라는 조롱을 받았던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11일 모스크바 외곽의 살류트 엔진공장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푸틴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가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달 10월 통과된 위기극복 프로그램 가운데 불과 30%만 실행에 옮겼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메드베데프는 "정책이 예상했던 것보다 느리게 집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독립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달에도 "국내에서 일어나는 일과 중요한 정책 결정에 대한 최종 책임은 나(메드베데프)에게 있으며 다른 사람과 책임을 분담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질적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듣는 푸틴 총리를 겨냥했다.
메드베데프는 러시아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푸틴의 카리스마가 상대적으로 약해진 기회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강력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한 러시아의 경제부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석유, 가스 가격 하락과 함께 외환 위기설까지 제기되면서 푸틴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예전 같지 않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살류트 회의를 소집한 것도 루블화 폭락 등 경제위기의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러시아의 산업생산은 지난해 4분기 6% 감소했고 루블화 저평가와 함께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중순 대비 40%나 감소했다. 러시아는 지난 5개월 간 환율 방어를 위해 무려 1,500억달러를 쏟아 부었고 지난해 11월 이후 열세차례나 루블화 평가 절하를 단행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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