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개봉역 앞에서 5년째 군고구마를 팔고 있는 이숭호(25)씨는 지난해 구입한 군고구마통 10개 중 5개를 최근 중고시장에 내놓았다. 하루 평균 수익이 20만원 선에 그치자 규모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이씨는 "경기침체 때문인지 군고구마 장사도 불황"이라며 "내년에도 이 장사를 계속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겨울철 버스정류장이나 아파트단지 입구 등지에 풍경화의 한 장면처럼 자리하고 있던 군고구마 장수들이 사라지고 있다. 세월 따라 군것질 입맛이 달라진 데다, 불황으로 이윤이 박해지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군고구마 장수의 감소 추이는 고구마통 판매량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군고구마통은 통상 10~12월 서울 영등포, 중앙, 평화시장 등에서 통당 15만~20만원씩에 거래되는데,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 대비 50% 이상 급감했다.
인천에서 군고구마통을 제작하는 '금강손수레'의 경우 매출이 2006년 3,000개에서 2007년 2,000개, 지난해에는 1,500개 이하로 줄었다.
서울 중앙시장의 고구마통 소매상 김양훈(46)씨는 "2007년에는 300개 정도 팔았는데 지난해는 고작 60개밖에 못 팔았다"며 "20년 동안 지금 같은 불경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판매 부진으로 따뜻한 겨울 날씨와 타코야끼(문어빵) 등 길거리 음식의 변화, 집에서 직접 고구마를 구워 먹을 수 있는 직화냄비의 인기 등을 꼽았다. 특히 2년 전 등장한 직화냄비는 지난해 온라인시장 옥션에서만 12만개가 팔려 군고구마 장사에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 군고구마 장사가 드는 품에 비해 마진이 갈수록 적어지면서 10~30대 젊은이들이 아르바이트에서 손을 떼는 것도 한 몫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씨는 "원가 1만1,000원인 고구마 10㎏(40~50개)을 팔아야 3만~4만원 가량 번다"면서 "요즘 젊은이 중 누가 하루 3,4만원 벌려고 시장에서 고구마를 사다가 추운 날씨에 벌벌 떨며 서있겠냐"고 반문했다.
장재원 인턴기자(이화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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