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한 나비) 이자벨을 찾는 건 밀짚에서 바늘 찾기지." "물짚이 뭔데?" "물짚이 아니라 밀짚이야." "여기서 바늘을 찾아야 나비가 나와?"
무뚝뚝한 노인 줄리앙과 여덟살 소녀 엘자. 엉뚱하고 천진한 엘자의 질문과 "요즘 학교에선 뭘 가르치는 거야"라고 투덜거리는 줄리앙의 현명한 답변은 영화 '버터플라이'의 즐거움이다.
아기사슴과 함께 있던 어미사슴이 두 사람의 눈 앞에서 밀렵꾼의 총에 쓰러진 뒤 엘자는 줄리앙으로부터 '밀렵꾼'이라는 단어를 배운다. 수집한 나비를 청산가리통에 집어넣는 줄리앙에게 엘자가 매섭게 쏘아붙이는 말. "밀렵꾼!"
'버터플라이'는 나비수집여행을 떠나는 줄리앙과 차 뒷자석에 몰래 기어들어온 윗집 소녀 엘자의 우연한 동행을 그린다.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여행 내내 티격태격하는 노인과 소녀는, 그러나 둘 다 마음 속 깊이 이자벨을 향한 강한 동경을 품고 있다.
줄리앙에게 이자벨은 젊은 나이에 죽은 아들이 죽기 전 보고 싶어했던 나비의 이름이고, 엘자에게 이자벨은 싱글맘으로 고된 삶을 살면서 늘 자기 곁에 없는 엄마의 이름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엘자의 엄마에게 줄리앙이 해주는 말은 곧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이자벨의 의미다. "(엘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줘요. 얼마나 쉬워. 그 쉬운 걸 나도 (아들에게) 못해줬지."
이 영화를 찍고 몇 년 후인 2007년 암으로 사망한 미셸 세로(줄리앙)의 넘치지 않는 연기와, 200명이 넘는 경쟁자를 제치고 엘자 역으로 뽑힌 주근깨투성이 클레어 부아닉의 천진함, 그리고 나비가 부화하는 실제 장면 등이 아름다운 영화다.
예기치 않은 동행을 받아들인 줄리앙이 유괴범으로 몰리기까지 하는 꼬이는 여정을 과감하게 생략하면서, 뻔한 설명 대신 관객의 상상력으로 채워나가는 전개 방식이 영화를 깔끔한 수작으로 만들어낸다.
필립 뮬 감독. 15일 개봉.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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