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유리한 정보들이 현실을 합리적으로 설명해주지 못하면, 불안한 민중은 현실을 어떻게든 해석하기 위해 갖가지 정보를 만들어낸다. 완전 허위 정보인 경우도 있고, 정확한 경우도 있으며, 어느 일면만 강조되는 경우도 있다.
전쟁 재해 공황 등 사회가 혼란한 때 유포되므로, 정확한 정보가 충분하면 발생할 여지가 없다." 유언비어, 루머(rumour)의 사전적 풀이다. 인터넷 공간의 루머 전파를 연구한 학자들도 이를 '집단 설명과정'으로 본다. 더러 같은 뜻으로 쓰는 데마고기(demagogy)는 민중의 의식을 조작하기 위한 의도적 거짓 정보인 점이 다르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쏟아낸 경제 진단과 예측은 애초 유언비어의 속성을 고루 갖췄다. "30대 백수의 예측이 나라의 경제수장보다 더 정확했다"거나 "기는 만수 위에 뛰는 백수"라고 찬탄한 이들은 무슨 소리냐고 화낼 것이다. 그런 이들은 언뜻 독보적인 진단이 전문가 등의 글을 짜깁기, 재구성한 논리에 가장 암울한 전망을 덧붙였을 뿐이라는 지적을 올바로 살피기 바란다. 논리가 허술한 대목이 많고, 단호한 예측도 빗나간 게 더 많다. 글 솜씨도 꼼꼼히 읽으면 기실 그리 대단할 게 없다.
■'전문대 출신 백수'라고 폄하하는 게 아니다. 그를 '경제 스승'으로 모신 경제학자가 미네르바 노릇을 했더라도, 사실과 이론과 거짓과 악의를 교묘하게 버무린 카산드라 식 예언은 유언비어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신상과 경력을 이리저리 속여 대중을 현혹하고 '정부 긴급명령'까지 조작한 것은 루머를 지나 데마고기 수준에 이른 것이다. 설령 출발은 서민을 위한 선의였을지라도, 세상의 환호에 취한 듯한 악의적 데마고그 행각은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사리를 외면한 채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그를 무작정 옹호하고 법원까지 욕하는 것은 그 자체가 데마고기, 정치적 선동이기 쉽다. '표현의 자유'를 어떤 사회적 규제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가치인 양 받드는 이들은 공공의 이익과 질서, 윤리는 아랑곳 않는 듯 하다.
정부의 신뢰 추락을 틈타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데마고기를 칭송하는 것은 정부를 넘어 국가를 부정하는 것이다. "헌법적 기본권을 하위법으로 규율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따위의 논설은 대중의 분별을 흐리는 궤변일 뿐이다. 아무리 정부의 허물이 크더라도, 미네르바 신드롬을 부추기는 것은 반정부를 지나 반사회적 선동이 될 수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