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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국회 폭력 사태' 여론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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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국회 폭력 사태' 여론 읽기

입력
2009.01.1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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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한 국회 폭력 사태에 대해 국민들의 시선은 무척 차갑다. 여의도연구소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0% 이상이 국회 폭력 방지를 위한 법규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이번에 폭력을 행사한 의원들이 그만둬야 한다는 응답도 80%를 넘었다. 이 연구소가 한나라당 산하 기관이기는 하지만 외신까지 타며 국가 망신을 톡톡히 시킨 이번 사태에 대해 밑바닥 분노가 매우 컸다는 점에서 크게 어긋나는 조사 결과는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와중에 민주당 지지율은 계속 치솟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국회 파행 전인 지난해 12월 16일 19.1%였던 지지율은 이번 사태의 정점이던 30일 23.2%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한나라당 지지율은 39.2%에서 31.5%로 곤두박질했다.

왜 이런 모순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을까. 곰곰이 되새겨 보면 국민들이 두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말하려는 것은 간단하다. 경제 위기가 심각하므로 최소한 막무가내식 정쟁은 없어야 하겠고, 그러려면 가진 자(다수당)가 눈 질끈 감고 베풀라는 것이다. 사사건건 폭력과 장외 투쟁 카드를 동원하는 민주당이 밉지만 한나라당이라도 제대로 하라는 메시지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뜻을 무시하고 언론이 '법안 전쟁'이라는 살벌한 용어까지 쓸 만큼 강압적 방법으로 쟁점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올라간 것은 민주당이 폭력까지 불사하면서 MB악법 저지 투쟁에 나선 것을 국민들이 예쁘게 여겨서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못한 데 대한 반작용이었다.

'이번 국회 파행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나'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3.9%가 한나라당, 26.6%가 민주당을 들었다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1월 5일 여론조사 결과는 이 같은 국민들의 판단을 잘 보여 준다.

이런 점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은 국민의 코드를 잘 읽었다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의 직권상정 요구를 거부하면서 민주당에 대해서는 본회의장 등의 농성을 풀 것을 제안한 것은 무척 적절했다. 한나라당으로부터는 배신자라고, 민주당에게서는 탄압자라고 비판받았지만 이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가 어느 한 쪽 편을 드는 순간 국회는 공중분해될 상황이었다. 덕분에 여야 모두 강수를 접고 협상의 길로 접어들 수 있었던 것이다. 여야는 이런 선택을 하게 해 준 김 의장에게 욕이 아닌 감사를 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일부 친이명박계 의원들의 행동은 김 의장과 확연히 비교됐다. 이들은 한나라당 지도부가 '쟁점 법안 처리 방안에 관한 여야 합의문'에 사인한 것을 두고 "야당에 굴복했다"며 원내지도부의 사퇴까지 거론했다. 파탄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지상명령임을 생각하면 비록 김 의장에게 떠밀려 했다 하더라도 한나라당 지도부의 선택은 타당했다. 더구나 타협이란 원래 양보를 전제로 하는 것 아닌가. 이들의 주장은 다른 친이들의 지지도 얻지 못할 정도로 옹색했다.

쟁점 법안을 본격 논의하는 2월 임시국회가 곧 시작된다. 곳곳에 갈등 요소들이 잠재해 있어 협상이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이 이런 어려움을 뚫고 원하는 것을 최대한 얻으려면 빠름과 강함보다는 느림과 부드러움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기 바란다.

이은호 정치부 차장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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