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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 저금리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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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시대/ 저금리의 '역습'

입력
2009.01.1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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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처분하고 3억원의 여윳돈을 만들어 장모(63)씨는 12일 시중 은행을 찾았다가 낙담하고 말았다. 뒤늦게 든 펀드가 반토막이 난 후 안정적인 이자로만 생활하기로 마음먹고 은행 예금상품을 들려고 했지만 이자율이 4%대에 그친 것. 장씨는 "지난해 말에 은행이자가 7%로 계산해 한달에 160만원 정도를 예상했는데 지금 이자율로는 110만원도 안 된다"며 "차라리 오피스텔을 사서 임대사업을 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서울 강북구에서 아파트를 어렵게 장만한 회사원 최모(37)씨는 요즘 울상이다. 당시 시중 금리가 더 올라 갈 것이라는 예상에 고정금리상품인 보금자리론으로 연 7.5%에 1억원을 대출했다. 하지만 지난 10월말을 기점으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락하더니 5%대로 떨어져 앉아서 연간 250만원 정도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금리의 역습이 시작됐다. 고공 행진을 펼치던 시중 금리가 한국은행의 공격적인 기준 금리인하 여파로 급락하면서 고금리의 수혜자들이 이젠 피해자로 돌변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최근 3개월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벌어진 일이라, 피해자들은 손 쓸 틈도 없이 당하고 있다. 실제로 시중금리의 기준의 되는 91일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는 지난해 10월25일 6.05%로 고점을 찍은 후 70여일 만인 지난 11일 3.18%로 사실상 반토막이 났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2.5%까지 낮추면서 일어난 일이다.

일단 대출을 받아 이자 부담에 허덕이던 사람들은 한시름을 놓게 됐다. CD연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한때 9%대까지 육박했다가 6%대로 떨어져 매월 부담액이 30%나 줄어들었다.

하지만 고금리 혜택을 보던 은행들이나 이자 생활자,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속만 타들어가 고 있다.

가장 피해자는 시중 은행들이다. 대출금리 인하가 수익 감소로 이어져 올 상반기 시중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도 큰 폭으로 하락,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7% 이상의 고금리 후순위채권이나 은행채로 대규모 자금조달을 한 시중은행으로서는 조달금리보다 대출금리가 싼 상황을 맞이하면서 '역마진'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예금금리가 물가상승률과 비슷한 '실질 금리 제로 시대'에 접어들면서 은행에 돈을 맡기는 고객들이 급속히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수신기능이 약화되면 대출액도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상반기에 집중된 기업 구조조정 때문에 쓸 돈은 많은데 금고가 비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신액이 줄어들면 건전성이 악화될 수 도 있는 만큼 그동안 꺼려하던 은행자본확충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생활일부를 은행이자에 의존하는 은퇴자들도 그만큼 고통을 받게 됐다.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이후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10월말 7.1%에서 12일 4.9%로 급락했다. 은행에 1억원을 예치한 사람들의 연간 이자 소득(이자 소득세 제외)이 600만원대에서 450만원대로 떨어졌다. 올 예상물가 수준(3.5%)을 반영하면 손에 쥐는 돈이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은퇴자들은 이제 이자소득 대신 임대소득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박승안 우리은행 강남센터 PB 팀장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정부가 임대사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면서 관심을 두고 있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또 일부는 지난해 발행한 고금리의 은행 후순위채권을 양도받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2년간 고정금리 대출로 돈을 빌린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출 갈아타기를 시도할 채비를 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가 내놓은 보금자리론의 경우 최근 2년간 평균 대출금리는 7% 중반이다.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들이 내놓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 4% 후반이다. 향후 저금리 기조가 상당히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들이 시중은행의 값싼 대출로 갈아 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시중은행의 한 가계대출 담당 부장은 "현 금리로는 조기상환 수수료를 떼더라도 2% 이상의 격차가 있다면 대출 갈아타기가 부담이 덜 될 수 있다"며 "고정금리 대출자들의 이탈이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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