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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35> 떡집 CEO 꿈꾸는 삼성농아원 5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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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35> 떡집 CEO 꿈꾸는 삼성농아원 5총사

입력
2009.01.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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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상도동 고갯길 꼭대기의 삼성(三聖)농아원 옥탑방. 서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떡집, '떡 프린스 1호점'이다. 5평 정도의 공간엔 롤러, 펀칭, 성형기, 가래떡기계 등 떡집이 갖춰야 할 설비들이 갖춰져 있다.

그 사이를 푸른 유니폼을 입은 윤석일(18) 김준영(18) 임창연(18) 송제일(17) 박병민(17) 등 다섯 명의 청각장애 청소년이 쉴 새 없이 손말(수화)을 주고 받으며 분주히 움직였다.

아직은 많이 서툴지만 미래의 떡집 사장님을 꿈꾸는 이들 5총사가 이날 시험해볼 떡은 '팥앙금설기'. 맨 처음 멥쌀가루 2㎏을 계량하는 일은 막내 병민군의 몫이다. 동갑인 제일군은 여기에 소금(26g)과 막걸리(100g)를 추가한다. 이를 사각형 모양의 시루에 담은 뒤 찜기에 찌는 일이 떡 만들기의 핵심이다. 바로 5명 가운데 반장인 석일군의 몫이다.

이렇게 찐 설기 위에 창연군이 준비한 팥앙금을 체로 쳐 얇게 까는 일은 섬세한 손길이 특기인 준영군이 맡았다. 이렇게 떡의 층을 올리면서 찌기를 반복한 뒤 시루를 뒤집으니 1시간여 만에 먹음직스러운 떡이 완성됐다.

모양새는 일부 삐뚤삐뚤 해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떡이 꽤 맛있다. 시식을 하는 선생님의 표정을 살피던 떡 프린스 5명의 얼굴이 환해진다.

대개 농아원을 졸업한 청각장애인들은 철판가공 공장이나 유리절단 공장처럼 소음이 심한 중소업체에 취업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사람은 참기 힘든 소음도 이들에겐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떡 프린스 5총사의 진로는 선배들과 다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공장 대신 떡 기술자, 나아가 떡집 사장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들이 떡을 만들어보겠다고 나서게 된 것은 1997년부터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펴던 삼성토탈과의 인연 덕분이다. 삼성토탈 서울사업장의 임직원들은 매년 이곳을 찾아와 60여명의 청각장애 청소년들과 함께 현장 체험 등의 활동을 가졌다.

그 중엔 떡을 만드는 체험도 있었다. 서로 마음의 문을 열게 되자, 아이들은 가장 큰 고민이 진로와 일자리라는 속내를 털어놓았다. 물고기를 잡아 주면 한끼의 식사가 해결되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면 평생의 식사를 해결해 줄 수도 있는 법.

삼성토탈 임직원들 사이에선 일회성 행사에 그칠 게 아니라 장애 청소년들이 당당한 사회의 일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를 위해 떡 만드는 기술 교육을 지원키로 했다. 이런 취지에 공감한 '홍승동떡연구소'와 2007년 9월 협약을 맺고 취업을 준비 중이던 5명을 뽑아 무료 기술교육을 시작했다.

그러나 입 모양과 수화를 통해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 청각장애 청소년들이 일반인에게서 떡 만드는 기술을 배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선생님이 목청을 높여 이름을 불러도 고개를 숙인 채 일에 열중하는 아이들이 알아 듣지 못할 때가 많았다.

아이들이 의문점을 물어보고 싶어 수화를 해도 선생님이 알아 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결국 삼성농아원의 사회복지사가 통역으로 나섰고, 칠판에 일일이 순서를 글로 적어가며 떡 만드는 법을 익혔다. 견문을 넓히기 위해 지방에서 열린 떡 박람회도 방문했다.

아이들이 1년여간 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기술을 익히자, 삼성토탈은 지난해 10월 이곳에 떡 제조 설비 등을 지원하고 '떡 프린스 1호점'이라는 간판을 달았다. 아이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었다.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시설이 생기자, 아이들은 새벽까지 떡 만들기를 연습했다. 알음알음 주문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최근 50만원을 번 5명의 동업자는 이를 10만원씩 똑같이 나눴다.

이들이 만들 수 있는 떡도 찹쌀떡부터 인절미, 모듬설기, 호박설기, 자색고구마설기, 떡 샌드위치까지 종류가 늘어났다. 농아원 후배들도 떡 프린스 선배들에게서 떡 만들기 기술 배우기를 고대하고 있다.

삼성토탈은 이들의 실력이 한층 성숙되면 본격적인 마케팅을 도울 계획이다. 이번 달부터는 직원들이 시식회를 갖고 부족한 점도 지적해주기로 했다. 계열사 행사나 세미나 등 간식이 필요할 때에는 주문도 낼 계획이다.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하거나 아예 목 좋은 곳에 작은 가게를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토탈은 떡 프린스 1호점이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일단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운 떡 왕자님들이 저 넓은 바다에서 건져야 할 물고기는 무궁무진하다는 게 삼성토탈의 판단이다.

얼마 전 여자친구까지 생긴 석일군은 "내 손으로 만든 떡을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행복한 지 모른다"며 "열심히 떡을 만들고 돈도 많이 모아 직접 떡 가게를 낼 것"이라고 수화로 자랑했다.

준영군은 "지금까지 모은 돈을 저축하기 위해 통장도 새로 만들었다"며 "성공하면 우리나라와 외국의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수줍게 손말을 해보였다. 연락처 (02) 823-2234.

■ 삼성토탈의 사회공헌 활동

삼성그룹과 프랑스 토탈그룹의 합작사로 종합화학기업인 삼성토탈은 장애청소년 자립 지원 프로그램과 함께 지역과 업종의 특성을 살린 나눔 경영에도 힘을 쏟고 있다.

삼성토탈은 사회봉사 조직인 '그린봉사단'을 중심으로 전 임직원과 가족들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펴고 있다. 그린봉사단은 고홍식 사장을 단장으로 전 임직원이 30여 개의 봉사팀을 꾸려 활동하고 있다.

사업장이 자리잡은 충남 서산시를 중심으로 대표 공헌 활동인 '천수만 철새 보호사업'을 비롯, 자매결연을 통한 충남지역 농촌 소득증대 및 환경개선 사업, 지역해안 및 하천 정화활동 등 지역 특성에 맞는 체계적인 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또 생활이 어려운 소외계층의 난방비를 지원하는 서산 연탄은행 후원, 소년소녀가장 및 청소년 공부방 후원, 독거노인 및 복지시설 후원 등 생활 밀착형 봉사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서산연탄은행은 2005년 2월 개원 당시부터 현재까지 임직원들이 직접 연탄배달 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배달 가정의 아궁이 수리와 주변환경 개선활동도 함께 전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토탈은 화학산업의 특성을 살려 이공계 기피현상을 극복하고 우수한 이공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전개하고 있다.

대도시에 비해 과학교육의 혜택이 열악한 충남 대산공장 인근 서동초등학교를 대상으로 '꿈나무 과학교실'을 매주 운영 중이며, 해마다 '열려라! 즐거운 화학세상' 행사를 통해 미래 과학 꿈나무들이 과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삼성고분자학술상', '삼성과학자상' 등을 제정, 국내외 화학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고 있다. 임직원 사회봉사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e-그린 서비스 사회봉사시스템'도 운영 중이다.

삼성토탈은 사회공헌과 더불어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고분자 기술 아카데미' 등의 기술지원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개설하는 등 실질적인 상생협력을 실천하고 있다.

삼성토탈 측은 "앞으로도 나눔과 상생을 위한 경영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 건전한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 만들기에 앞장 서겠다"고 다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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