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부모들은 아이들이 학교 갈 때 좋은 친구들을 사귀라고 얘기한다. 나는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하고 말하곤 했다. 꼭 사람만이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영화,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 등도 다 훌륭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조금 엉뚱한 아이였다. 친구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고 생각했고, 책도 물론 그 중 하나였다. 오래된 친구, 다시 보고 싶은 친구, 만나면 언제나 뿌듯한 친구,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만나면 늘 대화가 이어지는 친구, 만날 순 없지만 가끔 생각나는 친구가 있듯이 늘 내 마음 깊은 곳에는 몇 권의 책이 자리하고 있다.
가장 감명깊게 사귀었던 친구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였다. 언젠가는 다시 꼭 만나고 싶은 친구이다. 감명깊은 책을 읽고 나면 작가에 대한 존경심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을 번역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되기도 했다. 전쟁과>
음악을 공부하면서 나는 당연히 악보를 가까이 하게 되었고, 지금도 내게 악보는 가장 가까운 친구이다. 브람스, 모차르트, 차이코프스키, 드보르작 등등… 나는 그 친구들을 통해서 내가 살아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게 되었고, 또 그것이 내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알게 되었다. 동시에 나로 하여금 내가 느낀 감동을 많은 청중들을 위해서 번역하는 일에 일생을 바치게 하기도 했다.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은 인터넷을 가장 가까운 친구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나는 인터넷을 하지 않으니 그런 친구는 없다). 그러나 방대하고 다양한 정보를 주는 친구도 필요하지만, 감동을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많이 만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내가 세상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뜻이다.
젊은 친구들이 책 읽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사회 속의 균형잡힌 일원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은 갈수록 뚜렷해진다.
금난새 유라시안필하모닉 음악감독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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