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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해외취업/ 자국민 일자리도 부족한 판에… 한국인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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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해외취업/ 자국민 일자리도 부족한 판에… 한국인 인턴?

입력
2009.01.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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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지원하는 해외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2007년 9월 해외인턴으로 미국에 간 박세진(27)씨는 한국 기업의 현지법인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 업무를 거들었다. 월급 900달러(약 120만원)로 모든 의식주를 해결해야 했던 박씨는 생활은 힘들었지만, 취업비자를 받고 직원으로 채용될 수도 있다는 얘기에 희망을 걸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업체의 말은 달라졌고, 결국 작년 4월 짐을 싸 돌아와야 했다.

정부가 해외취업, 해외인턴을 통해 청년실업을 해소한다는 계획이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정작 한국의 대졸 청년들이 해외에서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돌아오는 일자리도 경력에는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열악한 자리 뿐이라는 비판이 많다.

해외에도 일자리가 없다

지난 5년간 정부 해외취업 프로그램으로 해외취업이 많이 이뤄진 나라는 일본(2,061명), 중국(1,843명), 미국(321명) 등이다. 이 중에서도 일본의 IT 분야 취업은 2004년부터 취업이 가장 많았던 직종이다. 그러나 일본 IT취업 전문 헤드헌팅업체 ‘aim’의 남상진 대표는 “설령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일본 IT 분야로의 취업은 끝났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최근 수년간 일본이 IT 기술자를 많이 키워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의 청년들이 일할 만한 곳은 더 이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도 사정이 비슷해, 베이징에 본사가 있는 한국인 대상 취업전문업체 ‘잡차이나’의 정명인 실장은 “한국 출신의 인턴이나 대졸자가 취업할 수 있는 곳은 주로 이 곳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라며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이마저도 눈에 띄게 줄었고, 한국 기업들이 오히려 한족들을 채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금융위기의 발원지인 미국은 중국, 일본보다 상황이 더 어렵다. 취업관련 업체에 따르면 미국 동부의 한 유명 소매체인은 작년 한국의 주요대학을 통해 선발한 인턴 지원자 10명에게 J1비자 발급을 위한 필요서류(DS2019)까지 발급했다가,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11월 채용을 취소했다.

있어도 열악한 일자리

더 큰 문제는 한국 청년들이 해외로 취업을 한다 해도 제대로 일을 배우고 익히며 경력에 도움이 될 만한 일자리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의 한 IT기업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박현주(29ㆍ여)씨는 “해외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온 사람들이 대부분 IT교육을 받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낮은 수준의 일에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게 된다”면서 “온 사람들 가운데 절반은 실망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30%는 편의점이나 식당 등에 취업하고, 그나마 20% 정도만 계속 근무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최근 경기가 악화하면서 한국인과 같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곳에서 감원대상 1순위”라며 “연봉도 잘못 알려진 게 많은데, 대략 한화로 1,800만~2,000만원 정도”라고 덧붙였다.

중국 취업전문 업체인 ‘잡투피플’ 유덕수 대표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본사와의 소통과 내부 관리를 위해 한국 직원들을 필요로 하는데, 직접 고용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인턴 형태로 한국 청년들을 많이 고용했다”면서 “그러나 인턴기간이 끝난 후 취업으로 연결된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귀국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매년 졸업생들을 취업 시켜온 신라대학교 이권호 교수 역시 “매년 수십 명씩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보내왔지만 절반이 곧 돌아온다”며 “일자리가 자신의 기대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존 해외취업 프로그램을 확대한 것에 불과한 ‘글로벌 청년리더 10만 명 양성’ 계획을 청년실업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일본, 중국, 미국으로 갈 수 있는 일자리가 별로 없는 가운데, 무리하게 해외취업을 추진할 경우 해외취업 일자리의 질만 더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급조된 단기연수로 해외에서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단순 비정규직일 가능성이 높고, 정부 역시 대졸자들이 해외로 나간 이후 제대로 관리를 못하고 있다”면서 “거창하게 실업대책으로 포장할 것이 아니라 대학생들의 견문을 넓혀준다는 정도로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kbstar@hk.co.kr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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