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티틀 등 지음ㆍ김은영 옮김/미지북스 발행ㆍ304쪽ㆍ1만2,000원
이 책을 읽고 나면 밥상머리에서 숟가락 들기가 한동안 께름칙할 수 있다. 콩, 옥수수, 토마토, 두부, 식용유, 간장, 과자, 아이스크림. 유전자 조작 식품(GMO)을 한 가지도 먹지 않는 날이 1년 중 과연 며칠이나 될까. <먹지 마세요 gmo> 는 GMO에 대한 모든 것, 특히 그것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기저의 시스템을 까발린다. 먹지>
저자는 GMO의 위험성을 신형 비행기를 타는 일에 비유한다. "우리가 최신 제트기에 탑승했다고 상상해보자. 비행기는 이미 이륙하기 위해 가속도를 내는데, 우리가 타고 있는 기종의 안전성 테스트가 막 시작됐다면 어떨까… 우리의 생명에 깊이 관련된 식품 공급체계는 빠른 속도로 판도가 바뀌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새로운 식품들의 안전성 테스트를 거의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GMO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결코 과학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그것은 수천번 반복되는 무작위적인 시행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될 뿐이기 때문이다.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키기 위해 260마리의 기형 돌리를 만들어 낸 것은 그나마 매우 양호한 편"이라는 저자는 "생명공학 기업의 연구자들은 오늘도 DNA 속에 유전자 탄환을 쏘아대고 있지만, 그것이 성공할 확률은 로또 복권의 당첨 확률과 거의 비슷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현대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리고 스스로의 의사와 무관하게,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실험실에서 모르모트(실험용 쥐)가 됐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실험의 끔찍함을 세 가지 특징으로 요약해 보여준다. 첫째는 자연 상태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방법으로 유전자 조작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식물, 동물, 바이러스, 박테리아에서 추출한 유전자가 괴상하게 융합되는 과정이 소개된다.
둘째는 현대의 식품혁명이 누군가의 독점적 소유물이라는 점이다. "밀 한 포대나 감자 한 자루가 아니라, 어떤 식물의 변종(變種) 전체가 이제는 한 기업의 상품"이라는 것이다. 매일 먹는 식품의 공급을 하나의 기업이 독점하는 구조는, 다른 공산품의 독점과는 차원이 다른 공포로 다가온다.
마지막은 이 새로운 기술이 세계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세계 단위의 무역 협정이 건강과 환경을 지키려는 각국 국내법을 밀어내는 과정이 묘사된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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