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쟁점법안 직권상정 여부를 놓고 고심했던 김형오 국회의장이 이번에는 중동순방을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회의 수장으로서 국익을 위해 예정대로 순방 길에 올라야 하지만 국회를 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하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이 달 14일부터 28일까지 이집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연합 터키 등 중동 4개국을 국빈 자격으로 방문하기로 돼 있다. 김 의장 취임 이후 두 번째 해외순방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요르단 국왕을 비롯해 각국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을 확정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김 의장은 "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국회 일정으로 보면 김 의장의 순방에는 별 문제가 없다. 여야 합의로 민생법안들이 13일까지 본회의에서 무리 없이 처리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회의장 점거, 폭력사태, 강행처리 시도 등으로 얼룩진 국회를 놔두고 외국 순방에 나서기에는 여론이 부담스럽다. 특히 쟁점법안의 직권상정 요청을 거부해청와대, 한나라당 등 '친정'의 눈매도 곱지 않다.
그러나 국회 관계자들은 순방 길에 오를 것을 강력히 건의하고 있다. 국왕, 대통령과의 면담 일정을 확정해놓고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이자 국가적 손해라는 것이다.
의장실 관계자는 "이번 순방에서 김 의장은 석유 확보 등 자원외교, 국내기업의 중동 진출 등을 지원할 예정이었다"며 "중동 국가들의 공식초청으로 이뤄지는 방문을 예고없이 취소할 경우 외교적 문제까지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의장실은 중동 4개국 중 첫 번째 방문국인 이집트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야가 13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지만 14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어, 의장으로서 최대한 임무를 다하는 모습을 보이자는 것이다. 순방을 취소하는 대신 방문 국가와 기간을 줄여 16일 중동 순방에 오르자는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의장실은 늦어도 13일까지 중동 순방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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