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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호모 사피엔스, 퀴즈를 풀다' 얄팍한 상식에 철학적 딴죽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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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호모 사피엔스, 퀴즈를 풀다' 얄팍한 상식에 철학적 딴죽걸기

입력
2009.01.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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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비지니 등 지음ㆍ문은실 옮김/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220쪽ㆍ1만2,000원

살다 보면 도덕적 가치가 수치로 규정됐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특히 실재와 비실재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는 이 사이버 시대, 고리타분한 도덕이란 폐기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 법하다. 영국의 철학자 줄리언 비지니는 이 책에서 관념의 유희로 치부되기 일쑤인 철학을 실체적 삶의 영역으로 포섭한다.

다소 도발적인 이 철학 책은 지극히 일상적인 사건들이 철학과 어떤 연관을 맺는지를, 설문조사의 형식을 빌어 조목조목 따진다. 언뜻 보기에 전혀 철학적이지 않은 질문들로부터 시작, 철학(또는 세상보기)이 동시대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어떤 시도를 해야 하는지를 예시한다.

'불임인 여자 형제와 섹스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순간 이동을 한 육체를 진정 나의 육체라 볼 수 있나' 등의 파격적 질문을 제시, 우리의 상식이 얼마나 얄팍한 기초 위에 서 있는지를 실감케 한다. 내가 얼마나 자유로운지, 그동안 얼마나 속고 살아왔는지 등을 알게 하는 도발적 질문들이다. 책의 사용법이라며 도입부에서 제시한 비트겐슈타인의 말은 이 책의 대전제다. "온통 농담만으로도 철학적 작업을 훌륭하게 재구성할 수 있다."

저자는 BBC 라디오와 가디언 등 영국의 권위있는 매체를 통해 대중과 함께하는 철학자의 모범을 구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그가 운영하는 필로소퍼스 매거진의 웹진(www.phiposophersnet.com)에서 '철학 퀴즈'라는 이름으로 연재됐던 내용의 일부다. 이 웹진은 "10대 블로거로부터 전문 철학자까지, 10만여명을 철학자로 만들었다"는 평을 들었다고 한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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