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박모(30)씨 구속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정부의 ‘달러매수 금지 공문’ 주장을 내용적으로 뒷받침하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사실이 확인되면서 박씨에게 적용된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검찰이 문제삼은 박씨의 글은 “외환 예산ㆍ환전 업무가 8월1일부로 전면 중단된다”(지난해 7월30일), “정부가 금융기관의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긴급명령 공문을 발송했다”(12월29일) 등 2건이다. 검찰은 이 글들이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 역시 이를 받아들였다. 외환시장 및 국가 신인도에 영향을 미쳐 ‘중대한 피해’가 초래됐다는 법원의 ‘1차 판단’인 셈이다.
그러나 이석현 민주당 의원은 11일 기자회견에서 ‘달러 매수 금지 명령’ 글과 관련해 “기획재정부 등 외환 당국이 지난해 12월 26일 은행회관에서 7대 시중은행의 자금관리부서 간부들을 모아놓고 외환매입을 자제해 줄 것을 실제로 요청했다고 참석자들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미네르바의 글에 나온) 공문을 내가 확인할 길은 없지만, 26일 모임에 이어 29일에도 (재정부) 외환관리팀 실무자들이 ‘달러매입을 자제해 달라’고 시중은행에 전화를 한 사실은 확인된다”고도 했다. 박씨 글의 핵심은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 개입 방식이 공문을 통한 것인지 미팅을 통한 것인지는 지엽적인 문제라는 주장이다.
논란이 일자 재정부는 이날 이 의원이 밝힌 내용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미네르바의 주장처럼 정부가 달러 매수를 금지하는 공문을 보내거나 명령한 사실은 없다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연말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시중은행에 달러 가수요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협조를 구했다”는 것이다. 내용상으로는 박씨의 글이 ‘허위’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는 대목이다.
7월30일자 글의 경우에도 당시 기획재정부가 해외차관 원리금을 갚을 때 외국환평형기금에서 달러를 환전해 가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실제 취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이 기본적인 사실조차 확인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박씨 글의 고의성 유무와 허위사실 여부 두 가지다. 박씨에게 적용된 혐의 조항인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공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죄가 입증되려면 ‘공익을 해치려는 의도’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사실이 동시에 인정돼야 한다는 뜻이다. 때문에 박씨 글이 허위사실 유포냐를 둘러싼 법정공방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박씨에게 공익을 해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는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박씨는 글을 올린 동기에 대해 “사회적 약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글을 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씨가 시장 혼란을 틈타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등의 또 다른 범죄목적을 검찰이 밝혀내지 않는 한 유죄 입증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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