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첫 비상경제대책회의는 심각한 대내ㆍ외 경제 상황을 반영하듯 전투 지휘소의 비상회의 모습을 연상케 했다. 비상시 군을 지휘하는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회의가 열리면서 긴장감을 더욱 높였다. 회의실 벽에는 '위기를 기회로' '철저한 확인' '튼튼한 경제' '신속한 대처' 등 구호가 붙어 있어 긴박한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청와대 정부 한나라당 등 국가의 경제 관련 최고위 관계자들이 총출동한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경제 전반에 걸친 중ㆍ장기 전망부터 중소기업과 서민에 대한 실물 경기 대책까지 선결과제를 속도감 있게 체크해 가며 2시간여 동안 머리를 맞댔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의 의미와 역할과 관련, "비상경제대책회의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시급히 결정해야 할 현안이나 급히 부서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안건을 긴급 조정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정의를 내린 뒤 회의를 시작했다.
자신의 분야에 얽매이지 않고 영역 파괴 형식으로 진행된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이날 주의제였던 중소기업과 가계 대출 등과 관련해 긴급히 추진해야 할 대책들을 쏟아냈다.
먼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중소기업의 설 전후 자금 사정이 더욱 어려워질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대기업들의 협력업체들에 대한 현금결제와 공공기관의 신속한 대금결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환 국민경제자문위원은 "중소기업 대출에서 보증심사 기간과 대출심사 기간이 이원화해 있고 기준도 다르기 때문에 기업이 이중부담을 지게 된다"면서 "우선적으로 은행과 신용보증기금 간 소통을 활성화하는 응급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명주 국민경제자문위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와 경영 컨설팅도 해 주는 복합금융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비상시기인 만큼 정부 기업 가계 등 각 경제 주체들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고, 고통 분담 의식을 확산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한 참석자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 진행된 첫 회의였지만 생산적 대화가 많이 오갔고, 각 대책에 대한 부처별 조정도 즉각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실물경제 침체 본격화 가능성이 있어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만들라"고 지시하면서 회의를 마무리했다.
이날 첫 비상경제대책회의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보다 적극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책들이 시의적절하게 수립되고 시행되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시했지만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은 "밀실에서 비공개적으로 진행되는 회의라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야권은 회의장소를 청와대 지하벙커로 정한 것과 관련, "외부와의 단절 및 정보유출 차단을 위한 곳에서의 회의는 적절치 않고, 경제 주체와 소통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야 한다"면서 "전쟁 상황도 아닌데 지하벙커에서 요란을 떨 필요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회의 고정 멤버에서 빠져 있다가 뒤늦게 참석자로 바꾼 것을 놓고도 "실물경제 담당 장관을 왕따시키고 어떻게 대책을 세울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염영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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