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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쌀독… 갈수록 情은 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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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쌀독… 갈수록 情은 돈독

입력
2009.01.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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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처럼 퍼내도 퍼내도 쌀이 샘 솟는 온정의 쌀독이 등장했다.

경기 화성시 봉담읍사무소는 지난해 말 쌀이 떨어져 곤란을 겪고 있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출입구 한쪽 구석에 160㎏ 용량의 '마르지 않는 쌀독'을 설치했다. 경기침체가 가속화하면서 가격이 싼 정부미마저 못 사고 끼니를 거르는 저소득층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게 계기가 됐다.

마침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용 쌀이 비축돼 있던 봉담읍은 서둘러 항아리를 구하고 온정이 이어지라는 의미에서 마르지 않는 쌀독이라고 이름 붙였다. 내심 '쌀이 떨어지면 어떡하나'고 걱정했지만 그건 기우였다.

읍사무소를 출입하는 농민과 이장, 새마을지도자, 식당주인들이 오가다 한,두 가마씩 놓게 간 게 200㎏가량 됐다. 일주일 사이 130여㎏을 나눠주고도 지금 60여㎏이 창고에 비축돼 있다. 고맙게도 3명의 독지가가 장기 후원을 약속했으며 주변 농민, 이장들도 "쌀 떨어지면 어려워 말고 연락해"라며 속속 지원의사를 밝혔다.

읍사무소 윤미영(39) 주민생활지원 담당은 "'이 번 달은 정부미를 못 사먹겠다'며 울먹이는 저소득층을 보고 쌀독을 설치하게 됐다"면서 "홍보가 안 됐는데도 이처럼 많은 분들이 도움의 손길을 펼쳐 너무나 고맙다"고 말했다.

봉담읍은 쌀을 가져가는 주민의 입장을 고려해 평일에는 오전 7시∼오후 9시, 주말에는 오전 8시∼오후 6시까지 쌀독이 설치된 민원실 출입구를 열어놓고 있다.

쌀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남의 눈을 의식해 주로 아침 일찍, 또는 오후 늦게 쌀을 퍼가기 때문이다. 하루 평균 10명이 조금 안 되는 인원이 15∼20㎏의 쌀을 가져가는 것으로 읍은 파악하고 있다.

봉담읍은 앞으로 '화환 대신 쌀 받기 운동' 등을 전개해 비축미를 더욱 늘린다는 계획이다. 읍사무소 관계자는 "출근하다 보면 쌀독 옆에 쌀이 놓여 있곤 한다"면서 "쌀을 퍼간 사람들 중에는 '고맙다. 나중에 쌀독에 쌀을 꼭 채워놓겠다'고 전화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범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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