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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위의 이야기] 넉넉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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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위의 이야기] 넉넉했던

입력
2009.01.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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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적에 혼자 여행을 다니다가 돈이 떨어졌다. 해변도시 터미널에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아침버스에 올라탔다. 표를 대관령 넘어 바로 있는 고장까지밖에 끊지 못했다. 그 고장에서 내리지 않고 모른 척, 서울까지 갈 작정이었다. 기사님을 깐본 생각이었다.

두 고장을 더 가서 뭔가 이상하다고 눈치 챈 기사님께 딱 걸렸고 결정적인 순간을 맞게 되었다. "돈이 없으면 없다고 하지, 속이면 되나?" "지금이라도 내리겠습니다." "됐어, 그냥 타고 가." 만약 그때 기사님이 야박하게 굴어 나를 경찰에 넘겼거나, 심한 모욕을 주었다면, 잘못을 하긴 했지만, 상처도 컸을 테다. 그런데 기사님은 나를 관대하게 용서했을 뿐만 아니라, 목적지까지 내처 가도록 인정을 베풀었다.

게다가 내 옆자리 있던 아주머니가, 서울 가서는 차비가 있느냐고 묻더니, 당시로서는 쓸 게 많았던 5,000원짜리 한 장을 그냥 주는 것이었다. 나는 어른들의 측은지심(생면부지의 남이라도 곤란을 보면 넉넉하게 감싸 안아주는 인정이랄까 넉넉한 품성이랄까)을 맛보았던 것이다. 요즈음 청년들은 더욱 빈곤해지고 어른들은 더욱 야박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옛날의 넉넉했던 어른들이 그립다. 왜 어른들은 청년들을 진심으로 품으려 하지 않는 걸까.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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