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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아동 '방학 눈칫밥'/ "지금 바쁘니까 손님 없을 때 와라"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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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아동 '방학 눈칫밥'/ "지금 바쁘니까 손님 없을 때 와라" "예… "

입력
2009.01.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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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고시원에서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박모(11)양은 방학이 싫다. 학교에서 주는 급식이 끊기기 때문이다.

주민센터에서 한 달에 식권 25장이 나와 동네 식당을 이용할 수 있지만, 박양은 "눈치가 보이고 창피하다"며 식당에 가지 않는다. 어머니 신모(43)씨는 "식권으로 김밥 등을 사다 주는데, 10여장 정도는 그냥 버린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시 황상동에 사는 김모(13)군은 방학 시작한 뒤 제대로 된 식사를 해 본 적이 없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72)와 단 둘이 살아 밥을 해 줄 사람이 없다.

주민센터에서 쌀과 라면, 통조림 등을 보내주지만, 라면이나 끓여먹을 뿐 일부 식재료는 유통기한이 지난 채 그대로 쌓여있다.

결식아동들에 대한 방학 중 급식 지원이 절대적인 예산 부족과 현실을 도외시한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이다. 학기 중 무료로 학교 급식을 이용하는 아동은 지난해 8월 기준으로 62만여명에 달하지만,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이뤄지는 방학 중 급식 지원 대상은 최근 정부의 특별대책으로 늘어난 수를 합쳐도 37만명에 불과하다. 25만명의 아동이 학교 급식이 끊긴 방학 중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급식 지원에도 문제가 많다. 방학 중 급식 방식은 ▲식권 지급 ▲지역아동센터 등을 통한 단체급식 ▲도시락 배달 ▲주ㆍ부식 배달 ▲식품권 지급 등 크게 5가지다. 각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는 만큼 지원 받는 아동들의 편의와 정서적 측면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방식을 선택하고 운영해야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지자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음식점 몇 곳을 지정하고 식권을 지급하는 것. 그런데 식권 가격이 3,000∼3,500원이다 보니, 분식이나 간식 정도나 이용할 수 있을 뿐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어렵다. 실제 광주 지역의 경우 지정 음식점 226곳 중 중국음식점과 분식점이 각각 103곳, 87곳으로 전체의 84%를 차지한다.

물가가 워낙 치솟다 보니 음식점들도 볼멘 소리를 한다. 노원구 월계동에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식권 가격(3,500원)에 맞추기가 쉽지 않지만 이것밖에 못 먹는 아이들을 생각해 손해를 감수한다"고 말했다. 분식점 주인 이모씨는 "애들이 딱하지만 매번 사정을 봐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음식점 이용을 꺼리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 서울 화양동의 김모(14)양은 "식당에 가면 안 바쁠 때 오라고 해 잘 가지 않는다"면서 "식권은 주로 김밥이나 토스트 사먹는 데 쓴다. 4~5장을 한꺼번에 주고 탕수육을 먹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아동의 기호나 가정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주ㆍ부식 배달 방식도 문제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리할 수 있는 가족과 상의해 음식 재료를 보낸다"는 '원칙'을 밝혔지만, 현실은 달랐다.

지역주민센터의 담당 공무원은 "마트를 통해 일괄 지급한다"고 밝혔고, 한 마트의 사장은 "배달 하다 보면 몸이 불편한 조부모와 사는 아이들이 많은데, 음식을 해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방은 더욱 심해 결식아동 분포가 넓고 음식점이 적은 지역은 음식재료 배달이 주로 이용되는데, 조리 가능 여부 등 사전 조사나 사후 점검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경남의 한 사회복지사는 "복지사 1인당 담당 아동이 1,000여명이라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지역아동센터를 통한 단체급식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전국적으로 3,000여곳에 불과하고 센터당 30~35명 정도만 수용할 수 있는데다 공휴일에는 문을 열지 않아 한계가 있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라 지원이 달라지는 문제도 나타난다. 급식비를 3,500원으로 책정한 곳은 서울, 경기, 울산, 창원 정도며 나머지는 그 이하다.

전문가들은 방학 중 급식을 지자체에 일임하는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선숙 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실장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예산 지원을 대폭 늘리는 것은 물론, 학교에서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방학 중 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급식을 제공하는 등 보다 체계적이고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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