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상 남자인 트랜스젠더(성전환자)를 성폭행했거나, 남편이 아내를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한 경우 강간죄가 성립할까?
부산지법에서 진행 중인 트랜스젠더와 부부간 성폭행에 관한 2건의 재판이 이 달 중 선고를 앞두고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 고종주)는 지난해 10월 가정집에 침입해 트랜스젠더 A(58)씨를 흉기로 위협해 돈을 빼앗고 성폭행한 혐의(특수강도 및 강제추행)로 기소된 B(28)씨에 대해 강제추행 대신 강간으로 공소장을 변경할 것을 권유했다. 검찰은 지난달 이를 받아들였고, 이 사건은 이달 말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다.
현행 형법은 강간죄의 피해자를 '부녀자'에 한정하고 있다. 1996년 대법원은 성염색체가 남성이고 여성과 내외부 성기의 구조가 다르며, 여성으로의 생식능력이 없는 점 등을 들어 트랜스젠더는 강간죄의 '부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권유하고 피해자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로 한 점 등으로 미뤄 대법원 판례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재판장인 고 부장판사는 200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전환자의 호적정정 신청을 받아들이고 성전환자에 대한 강간죄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심스러우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법 해석을 해야 한다'는 원칙을 깨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강간죄를 적용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만만찮아 결과가 주목된다.
또 같은 재판부에서 외국인 아내를 흉기로 위협해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가 특수강간 혐의로 기소된 C(42)씨의 재판도 진행 중이어서 부부간 강간죄 성립 여부에도 관심이 쏠려 있다.
2004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이혼 위기에 놓은 상황에서 아내를 성폭행한 남편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한 적은 있지만, 부부간 강간죄 적용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법조계에서는 강간죄로 보호하려는 '성적 자기결정권'은 부부간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찬성론과 부부관계의 특수성과 민법상 동거의 의무 등을 내세워 강간죄 적용은 무리라는 반론이 맞서 있다.
C씨는 16일로 예정된 최종 선고에서 강간 혐의가 인정되면 징역 5년 이상, 강제추행 혐의만 적용되면 3년 이상의 형을 받게 된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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