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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스포츠 우리가 뛴다] ⑩ 태권도 발차기의 달인 최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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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스포츠 우리가 뛴다] ⑩ 태권도 발차기의 달인 최연호

입력
2009.01.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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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 끝나고 마취가 풀리자 통증이 밀려들었다. 재활 훈련을 시작한 날 무릎을 굽히는 순간 ‘악’ 소리가 절로 나왔다. 누군가 왼 무릎을 칼로 쑤셔대는 것 같았다. “세상에, 이렇게 아플 줄 몰랐어요.”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 핀급에서 금메달을 3개나 따낸 최연호(28ㆍ가스공사). 그는 육군 상병이었던 지난해 어린이날 국군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만 받으면 펄펄 날아다닐 줄 알았죠. 발차기는커녕 무릎을 굽힐 때마다 피눈물이 났어요.” 베이징올림픽에서 손태진(삼성에스원)과 차동민(한국체대) 등이 금메달을 따낼 때 최연호는 피눈물을 흘리며 걸음마에 매달렸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한국 경제에 불똥이 떨어졌던 지난해 8월. 국군체육부대에서 의가사 제대한 최연호는 이를 악물었다. “이제는 은퇴할 때가 됐다”는 말이 들렸지만 목발을 짚은 채 재활에 열중했다. “제 좌우명이 ‘근육은 정신과 함께 할수록 더욱 강해진다’입니다. 아프다고 포기할 순 없지요.” 한치 앞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최연호는 고통 속에서 더욱 강해졌다.

하루하루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자 걸을 수 있게 됐다. 무릎을 굽힐 때마다 칼로 쑤시는 것 같던 통증은 여전했지만 가을이 지나 겨울이 되자 발차기까지 가능했다. 가스공사 박종만 감독의 도움으로 재활을 마친 최연호는 새해 첫날 가스공사에 복직했다. 새해 목표는 2009세계선수권 우승. 최연호가 금메달을 목에 걸면 정국현 한국체대 교수와 스티븐 로페스(미국)가 갖고 있는 통산 최다 우승(4회) 타이기록을 세우게 된다.

강릉 전지훈련을 떠난 최연호는 11일 경포호 주변과 경포대 해수욕장 백사장에서 무릎을 단련했다. 입에서 단내가 날 만큼 달리고 또 달렸다. 하루 일과에서 계단 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박종만 감독은 “최연호는 현란한 발차기와 노련한 경기운영에서 단연 세계 최강이다”면서 “국가대표 선발전(5월)이 세계선수권보다 어렵다지만 무릎만 괜찮다면 걱정이 없다”고 말한다.

최연호는 세계선수권 4회 우승에 도전하지만 종합대회 메달은 하나도 없다. 2004아테네올림픽과 2008베이징올림픽은 물론이고 2006도하아시안게임에서도 핀급이 출전 체급에서 제외됐기 때문. 태권도 종주국 한국은 메달 독식을 막는다는 취지로 올림픽에서는 4체급 가운데 2체급만, 아시안게임에선 8체급 가운데 6체급만 출전한다. 10년 가까이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지만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은 구경조차 못했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서른 살. 하지만 내심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태권도 선수 생활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마지막 불꽃을 태울 생각입니다.” 투혼의 태권전사 최연호는 “올해 경제 사정이 나쁜 것처럼 제 몸 상태도 불안합니다”라면서 “국민 여러분들이 노력하시는 것처럼 저도 목표를 달성하고자 열심히 뛰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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