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노 히로시 지음ㆍ이동철 옮김/해나무 발행ㆍ648쪽ㆍ2만원
20세기는 음모론의 시대라 할 만했다. 숱한 사건이 있었고, 그 이면마다 그럴싸한 음모론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프리메이슨, 나치, 공산주의, UFO가 다 음모에 의한 것이었고,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는 그런 음모를 꾸미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었다.' 이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이 책은 사람들의 말초적 흥미를 자극하는 여러 음모론을 엮어, 거대한 음모의 그물망으로 존재하는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30개의 대표적 음모설이 서로 얽힌 20세기의 이면이 섬뜩하게 다가온다. 음모론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견고하게 서로 연관돼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주장하는 핵심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세계대전의 연관성(12장), 이란ㆍ콘트라 사건과 맞물려 진행된 스타워즈 계획(18장), 나치ㆍ마피아와 더불어 세계를 지배하려 한 바티칸의 존재(24장) 등이다.
저자가 내세우는 음모이론의 가장 큰 원칙은 세상의 모든 것이 바로 '오늘'이라는 시간을 설명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 예컨대 이집트 피라미드는 역사의 흔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NASA(미 항공우주국)의 우주 개발, 외계인 음모론과 모두 연계돼 있다는 시각이다. 그리고 저자는 그것이 지구 외부에 있는 신의 존재, 그리고 닥쳐올 지구적 재앙과도 맞닿아 있다고 주장한다. 믿고 해석하기에 따라서 오랜 옛날의 이야기도 오늘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음모론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음모론에 관한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점은 문화사적 측면에서 음모론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저자는 음모론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 어느 쪽에도 서 있지 않다. 그는 "음모설은 무시무시하고 때로 황당무계하다. 그럼에도 거기에 끌린다. 왜냐하면 그것이 설사 넌센스라고 하더라도 그것에 사로잡히는 사람이 있다면 역시 의미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숱한 음모론에 대한 메타텍스트로서, 음모론에 끌리는 사람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유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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