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ㆍ홍욱희 등 옮김/사이언스북스 발행ㆍ432쪽ㆍ2만원
"다시, 다윈으로!"
그 동안 '진화'를 둘러싸고 펼쳐져온 갑론을박에 이 책 <다윈 이후> 가 꽂는 깃발의 문구다. 리터드 도킨스와 함께 현대 진화생물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로 꼽히는 스티븐 제이 굴드(1941~2002)가 왜 다윈을 다시 읽어야 하는가를 치밀하게 설명해가는 이 책은 다윈을 온갖 편견들로부터 해방시키며 생명의 비밀에 근접한다. 다윈>
올해는 다윈 탄생 200주년, 그의 <종의 기원> 이 나온 지 150년이 되는 해다. 그 벽두에 30년 만에 다시 번역출간된 <다윈 이후> 의 의미는 새삼스럽다. 앞선 번역 곳곳의 오류를 바로잡고, 역자 해제를 덧붙였다. '진화론의 투사'를 자처했던 스티븐 제이 굴드가 다윈 생물관의 본래 모습을 생생하게 복원해낸, 과학교양서의 고전 같은 책이다. 다윈> 종의>
저자는 청년 다윈이 야망을 품고 비글호에 오르던 1838년부터 시작한다. 그는 이미 마르크스와도 서신을 주고 받던 '젊잖은 혁명가'였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다윈의 업적을 크게 진화가 실제로 일어났음을 과학계에 확신시킨 점, 그 메커니즘으로 자연선택이론을 제시한 점 두 가지로 정리한다. 다윈의 혁명은 좌절되지도 그렇다고 제대로 이해받지도 못했다.
"과학이란 객관적 정보를 냉혹하게 추적하는 작업이 아니라 인간의 창조적 활동"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과학계의 천재들은 정보처리자라기보다는 차라리 예술가의 역할을 담당하는 사람들"(284쪽)이라는 명제는 웃자라는 현대 과학의 자만에 찬 행보를 눌러앉힌다. 그는 인종 구분은 무의미하며, 인간의 본성을 연구한다는 것은 비과학적이라는 주장에 각각 한 장을 할애한다. 과학의 이름 아래 무지막지한 야만과 폭력을 경험한 인류에게 보내는 글인 셈이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무엇보다 다윈이 보여준 통섭적 측면을 강조한다. 생물학, 지질학, 물리학 등을 서로 연계시켜 인문ㆍ사회과학과 맞물리게 하면서 궁극적으로 진화생물학의 풍성한 텃밭을 일궜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다윈의 그 같은 통섭이야말로 행동 생태학, 진화 발생 생물학, 다윈 의학, 생물 철학, 진화 경제학, 진화 심리학 등으로 가지를 쳐 나가는 진화생물학에로의 길이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박람강기에 유려한 문체를 겸비한 자연과학도가 이뤄낼 수 있는 최상급의 글쓰기란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스티븐 제이 굴드가 미국 자연사박물관이 발간하는 월간지 '자연사'에 27년 동안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에세이를 연재하면서 축적한 공력이 그대로 쌓여 있다. 성서와 문학작품 등 인문학에서도 풍부한 전거를 길어올리는 그의 글은 인문학 강좌의 인기 교재이기도 하다.
1977년 이 책을 처음 번역출판했던 출판사측은 "이 책을 신호로 올해 매월 1권씩 다윈 관련 서적을 펴낼 것"이라 밝혔다. 최재천, 장대익, 진중환 박사 등 국내 대표적 다윈 연구자들을 비롯해 에드워드 윌슨, 콘라드 로렌츠 등 나라 밖 다윈주의자들을 1차 대상자로 꼽고 있다.
스티븐 제이 굴드에 의하면 다윈에의 열기는 쉬 수그러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의 이론은 현재 우리가 진화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정보를 설명하는 데에 여전히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논란을 벌일 수 있는 대상"(59쪽)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말에 대한 논증이기도 하다. 번역자들은 "환경 오염과 파괴가 점증하고 인류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진화와 진화생물학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며 "특히 세계에서 창조과학이 가장 번성하고 있는 한국은 다윈을 통해 현대 진화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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