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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쟁] <4.끝> 법안 통과시 업계 판도 변화는

입력
2009.01.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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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을 놓고 벌어진 미디어전쟁은 여야가 2월 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함으로써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든 듯하다. 하지만 안으로는 여전히 열전 중이다.

원내 과반수 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원안 처리" 목소리가 높아, 대기업과 신문사의 지상파 방송 지분 소유 허용 등을 담은 법 개정은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야당 입장에서는 미디어 관련법 개정안 저지가 사실상 최대의 목표였던 만큼 '합의 처리' 과정에서 만만하게 물러설 형편도 아니다.

어떻든 이번 미디어전쟁은 향후 국내 미디어시장에 불어닥칠 폭풍의 예고였다. 그 폭풍은 어떤 모습으로 닥쳐올까. 신문법ㆍ방송법 개정 등을 통한 방송 소유 규제완화, 신문ㆍ방송 겸영 허용 등이 미디어 분야를 비롯한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보수ㆍ진보 진영과 학자들에 따라 예상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장밋빛 전망2조9400억대 생산 유발2만개 일자리 창출 효과신문사 불황 극복에 도움

■ "지나친 장밋빛 전망"

한나라당은 국무총리실 산하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미디어 개혁법안의 경제적 효과 분석' 문건을 기반으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의 정책 설명 자료에 따르면 방송 소유 규제가 완화되고, 신문ㆍ방송 겸영이 허용될 경우 연간 최대 2만6,000여 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방송 서비스 부문 취업자만도 최대 4,470명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경제 전체적으로는 2조 9,419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로 방송 부문에 대한 자본 유입이 늘어나고 사업자간 경쟁이 활성화되면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많은 언론학자들은 이런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예측자료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언론재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방송 종사자 수는 2만9,774명이다. 미디어 관련법 개정만으로 기존 종사자의 7분의 1에 해당하는 인력의 추가 고용이 이뤄진다는 기대는 아무래도 지나치다.

'차세대 성장 동력' '황금알을 낳는 거위' 등의 수식어가 붙었던 위성방송과 DMB 등 신규 미디어의 시장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02년 출범한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당초 22조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13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됐다.

하지만 현재 4,674억원의 누적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손 안의 TV'라 불리며 2005년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위성DMB도 3조 4,000억원 경제적 효과가 예상됐으나 되려 2,998억원의 적자가 쌓였다. 지상파DMB도 이용자는 1,500만명에 달한다지만 실제 돈벌이는 쥐꼬리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경제적 파급 효과에 대한 구체적 분석 없이 정부의 경제살리기 기조에 맞춰 미디어 관련법 개정을 서두른 감이 있다"며 "새로운 산업 형태가 등장하면 일정 정도 유발 효과가 있지만 위성방송 등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더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잿빛 전망광고 제살 깎기식 경쟁위성방송·DMB 처럼대규모 적자 위험 높아

■ 장기불황 변수 감안해야

전체 미디어산업뿐 아니라 신문ㆍ방송 겸영 허용에 대한 구체적 전망도 엇갈린다. 신문의 방송사업 진출은 한정된 방송광고 시장에서 제 살 깎아 먹기 식 과당경쟁을 유발할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과 함께, 신문사의 경영 위기 타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김영주 언론재단 연구위원은 지난해 '미디어 인사이트' 4월호에 기고한 논문 '신문의 방송진출: 가능성과 사업성'에서 신문의 보도채널 진출이 신문사에게 '고비용 고위험' 상황을 안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도채널 설립에 200억~300억원 가량의 초기 자본이 필요한 반면 보도채널의 시청률과 광고 매출액은 매우 낮다는 이유에서다.

보도채널인 YTN과 MBN의 2007년 평균 시청률은 각각 0.73%와 0.24%에 그쳤다. YTN은 1995년 첫 전파를 내보낸 이후 10년간 누적적자가 1,000억원에 달했고, 2007년에야 첫 흑자를 기록했다.

이영주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해 8월 KISDI 세미나에서 "보도채널의 신규 진입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보다 기존 시장을 나누어 갖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신문사가 종합편성 채널이나 지상파 방송 사업에 뛰어들면 그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종합편성 채널과 지상파 방송의 광고시장 여건이 보도채널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종합편성 채널의 경우 지상파에서는 금지하고 있는 중간광고 방송이 가능해 수익 창출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獵?

또 방송 소유 규제 완화와 신문ㆍ방송 겸영의 파급 효과는 결국 전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방송광고공사에 따르면 2007년 대비 2008년의 지상파 방송 광고 매출은 8.7%나 축소됐다.

김영주 연구위원은 "국내의 경우 방송의 광고 수입 의존도가 상당히 커 경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광고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종합편성 채널과 지상파 채널이 새로 생겨도 수입을 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 대기업들 '발 담글까 말까'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 예상

미디어법 개정안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 5단체가 발표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 국회 호소문'이 관심을 끌었다.

미디어산업 관련 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간 재벌들은 초지일관 미디어산업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만큼 경제 5단체의 성명은 이를 뒤집는 내용이다. 경제 5단체는 신규 투자, 일자리 창출 및 관련 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안 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세간에서는 SK그룹, LG그룹, CJ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대기업들이 미디어산업에 관심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의 경우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등에서 이동통신과 인터넷TV(IPTV) 사업을 진행하면서 콘텐츠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

특히 IPTV라는 미디어산업에 한 발을 디딘 상황에서 지상파 방송은 영향력 확대를 위해 더없이 매력적인 요소다. LG그룹도 마찬가지.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통신 3사를 거느린 LG그룹 역시 IPTV 서비스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통신 및 IPTV의 영향력 확대와 콘텐츠 강화를 위해 통신 3사를 앞세워 지상파 방송사 및 케이블TV 등 방송 분야 진출에 관심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 종합유선방송(SO)과 프로그램 공급자(PP)인 CJ그룹 및 현대백화점은 자금 부담이 큰 지상파 방송보다 종합편성 채널에 진출할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그러나 정작 해당 기업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SK 및 LG그룹 등은 공식적으로 "지상파 방송 등 미디어산업 진출에 관심은 물론 검토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 있다는 손익계산 때문이다. LG그룹 관계자는 "반 재벌 정서 등을 감안하면 그룹 이미지에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도 "지상파 방송사를 인수할 경우 수많은 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하나를 얻으려 하다가 열을 잃을 수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투자 대비 수익 측면에서도 다른 업종에 비해 나을 게 없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대기업의 지상파 진출에는 컨소시엄 가능성에 더 무게가 주어진다. 단독 진출보다는 공동참여 형태를 띠면 위험도 그만큼 분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기업들의 속내를 잘 아는 일부 언론사는 대기업들에게 지상파 방송사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법이 개정돼 대기업 진출 및 신문ㆍ방송 겸영 등이 허용되면 대기업과 언론사 간의 컨소시엄 구성이 가능하다"며 "경영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대기업과 신문이 각각 20%씩 지분을 확보, 방송에 참여하는 방안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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