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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마리화나' '강철왕' '삼도봉美스토리' 등 화제작 몰고 다니는 연출가 고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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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마리화나' '강철왕' '삼도봉美스토리' 등 화제작 몰고 다니는 연출가 고선웅

입력
2009.01.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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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유희'라는 말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직접 쓰고 연출한 연극 '마리화나'(24일까지 마방진극공작소)와 '강철왕'(2월 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각색과 연출로 참여한 '삼도봉美스토리'(2월 10일부터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와 10월 개막 예정인 뮤지컬 '남한산성'의 극작까지 맡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극작가 겸 연출가이자 극단 마방진을 이끌고 있는 고선웅(41)씨.

조선시대 궁중의 성을 이야기하면서 '말이 화날 정도의 흥분제'라는 용어 설명이 딸린 '마리화나'에 UFO까지 등장시키는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거나('마리화나'), 속사포 같은 대사 속에 주인공이 스트레스를 받아 스테인레스맨이 되는 극단적인 이야기를 녹여 내는('강철왕') 등 '환상 리얼리즘'이라 자칭하는 '고선웅식 화법'이 어느 새 대학로에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그는 "아마 내가 평균 수준은 되는 모양"이라고 바쁜 스케줄의 비결을 풀이한다. "연극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지는 않지만 최소한 연극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과 사는 재미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게 제 생각이죠. 문장에 에너지가 부족하면 재미가 떨어진다고 믿기 때문에 언어에 대해서는 집착이라 할 정도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199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우울한 풍경 속의 여자'가 당선돼 등단하기 전까지 그는 광고대행사에서 AE로, 프로모션 플래너로 일하던 샐러리맨이었다.

"인사하고 접대하고, 명함 내놓는 사회생활이 참 어색하더군요. 극작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기도 하고 혼자 하는 작업이어서 매력을 느꼈던 건데 막상 해 보니 세상에 혼자 하는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웃음)

글을 쓰기 위해 회사를 그만 둔 그는 신춘문예 당선 전까지 변변한 수입원 하나 없이 18개월 동안 글만 썼다고 한다. 그는 한 달에 한 편 꼴로 18편이나 되는 희곡을 썼던 이 시기의 경제적 압박감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성균관대 인근의 연습실로 사용하던 지하 공간을 개조한 공연장 '마방진극공작소'를 개관해 창작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 지금, 그는 '광고쟁이'부터 백수까지 경험한 자신의 이 모든 이력이 연극을 향한 지름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첩경이라는 게 지나고 나서 보이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극작가로 데뷔한 이후에도 생활고 때문에 전시 기획을 하기도 했지만 연극의 꿈만은 잊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너무 달리기만 하는 요즘, 그는 호흡을 고를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누구나 힘든 시대인 만큼 어떤 화두로 연극의 안을 채워야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많다"는 그는 지금처럼 명랑한 연극을 계속 하는 게 꿈이다.

통통 튀는 말발로 가득한 대본과 달리 시종일관 진중하게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서 독특한 언어세계를 펼치는 비법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에이, 제가 쓰는 대사는 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개연성에 신경 쓰는 '드라마적인 사고'만 갖추면 누구나 쓸 수 있어요. 인생에도 굴곡이 있어야 드라마가 있고 재미가 있는 것처럼요. 그러고 보면 연극엔 정말 세상 만사가 다 담겨 있지 않아요?"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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