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미술을 소개하는 전시가 여럿 열리고 있다. 호주 원주민 예술, 터키의 현대미술, 아일랜드ㆍ포르투갈 작가와 한국 작가의 교류전 등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지역과 국가 작가들의 새로운 감각을 볼 수 있는 기회다.
■ 일상의 기록이 곧 예술
서울 공평동 공평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유토피아 - 영혼의 색'전은 생동감 넘치는 호주 원주민 미술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호주 중앙 사막에 위치한 '유토피아'(사막 가운데 물과 풀이 있어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지역의 작가 22명의 작품 100여점이 걸려있다. 미술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원주민 작가들의 자연발생적인 그림이다.
수많은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이 자유분방한 그림들은 언뜻 현대 추상화를 연상시키면서도 독특한 원시의 힘과 에너지가 가득하다. 창조신화를 토대로 한 그림들은 식량, 물의 이동 경로, 여성들의 의식 등 자연과 교감하는 호주 원주민들의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호주 원주민들은 문자 대신 땅이나 몸, 바위 등에 그림을 그리고 춤 추고 노래 부르는 행위를 통해 전통을 계승해왔다. 예술은 그들에게는 일상의 기록이다.
1970년대에 캔버스 등 서양의 미술재료들이 유입되면서 그들의 예술이 바깥으로 알려지기 시작, 이제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호주 원주민 예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에밀리 캠 워아이(1910~1996)의 경우 칸딘스키나 윌렘 드 쿠닝 같은 추상화 대가들과 비교되며 세계 유수 미술관과 비엔날레에 초청받았던 작가다.
전시를 기획한 호주 크로스베이갤러리의 이승희 대표는 "기법이나 메시지에 대한 강박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그야말로 마음에서 우러나온 그림들이기 때문에 더 큰 감동을 준다"고 말했다. 30일까지. (02)3210-0071
■ 동ㆍ서 문명의 교차로에서
서교동의 대안공간 루프에서는 터키 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다. 터키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 7명의 설치, 영상 작업을 보여주는 '터키현대미술전'이다.
불안정한 정치 상황을 반영하듯 정치적 이슈를 담은 작품들이 많고,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놓인 지리적 특성에서 오는 정체성 문제도 터키 현대작가들의 관심사다.
엠레 후네는 산업화나 근대성의 불안을 다룬 11분짜리 애니메이션 영상 '원형교도소'를, 바누 젠네트올루는 불안정한 공간을 사진으로 찍어 이를 조명이 있는 박스 안에 설치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슬리 순구는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끊임없이 잘못을 지적하는 전문가들 앞에서 일상적 일을 하는 장면을 찍은 영상 '결점'을 내놓았다.
큐레이터 성용희씨는 "지난해 한국-터키 수교 50주년을 맞아 터키 문화가 소개됐지만, 현대미술을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면서 "터키의 현대미술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긴 해도 역사성을 반영한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6월에는 터키 센트럴이스탄불 미술관에서 한국현대미술전이 열릴 예정이다. 28일까지. (02)3141-1074
■ 아일랜드, 포르투갈, 홍콩의 현대미술
순화동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조우: 더블린, 리스본, 홍콩 그리고 서울'전은 한국과 아일랜드, 포르투갈, 홍콩의 현대미술 작품을 모았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그간 미술 분야의 교류가 없었던 국가에서 한국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순회전을 가진 후 마지막으로 여는 귀국 전시다.
'소유냐 존재냐'라는 주제 아래 안토니오 훌리오 두아르떼(포르투갈), 앤서니 호이(아일랜드), 루이 춘퀑(홍콩) 등 각국 작가의 작품과 정연두 이수경 석철주 임태규 등 한국 작가의 작품의 연관성을 살펴볼 수 있도록 꾸몄다. 21일까지. (02)3789-5600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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