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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BIS 기준… 은행 "어느 장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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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줄 BIS 기준… 은행 "어느 장단에"

입력
2009.01.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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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은행들이 지켜야 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적정선은 얼마일까. 이 질문에 대해 단답형 답안은 곤란하다. "규정상 8%인데 1월말까지는 12%이상 맞춰야 하고 그 다음부터는 10%까지는 괜찮다"는 복잡한 조건을 달아야 정답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은행 건전성정책의 핵심 뼈대인 BIS 자기자본비율에 대한 감독당국의 지도기준이 제멋대로다. 마음대로 늘어났다 마음대로 줄어드는 '고무줄'같다는 지적이다. 가장 혼란스러운 곳은 이런 지도를 받아야 하는 은행들이다.

▲ 너무나 자주 바뀌는 기준

금융감독원의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르면 강제력이 있는 BIS 자기자본비율 기준치는 '8%' 하나 뿐이다. 이 밑으로 떨어지면 부실은행으로 간주돼 필요한 조치가 발동된다.

그러나 작년 11월 금감원은 은행들과 외화차입 보증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자기자본비율을 11~12%로 맞추도록 요구했다. 향후 발생할 부실에 대비, BIS비율을 좀 보수적으로 가져가자는 취지였다.

그리고 12월에는 자기자본비율 12%는 물론, 기본자기자본비율도 9%로 맞추라는 한층 엄격해진 기준을 내놓았다. 만일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자본확충펀드로부터 준 공적자금 성격의 자금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은행들로선 비상이 걸렸다. 평소처럼 자기자본비율 8~10% 이상을 목표로 연말을 준비하던 차에, 감독당국이 까다로워진 BIS 권고기준을 제시하자 은행들로선 후순위채 대량발행 등을 통해 돈을 끌어 모으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가계ㆍ기업 대출은 더 조였다.

그러나 새해 들어 감독당국의 입장이 또 다시 바뀌었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지난 9일 은행들에 대해, 부실여부를 가르는 BIS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12%에서 10%로 낮춰 잡겠다고 말했다. BIS 자기자본비율 때문에 대출창구가 너무 꽉 막히자 이를 해소하겠다는 취지. 일단 월말까지는 종전대로 12% 기준을 충족하고 그 다음부터는 10%만 지키면 된다는게 금감원측 설명이다.

▲ 어리둥절한 은행 "감독당국 믿을 수 없어"

수시로 바뀌는 BIS 자기자본비율 권고치에 대해 은행들은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이다. A은행임원은 "BIS비율은 객관적 재무지표로서 글로벌 시장이 모두 보는 것인데 우리 감독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이런 식으로 올렸다 내렸다 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B은행 임원도 "당국은 숫자만 바꿔 말하면 되지만 그 기준에 맞춰 한해 경영계획을 짜고 돈을 끌어와야 하는 은행으로서는 정말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김종창 원장이 밝힌 'BIS 비율 10%완화'방침으로, 자본확충펀드가 향후 어떻게 돌아가게 될 지에 대해서도 의아해 하고 있다.

금융위는 앞서 '선 자본확충, 후 구조조정'이라는 계획 하에 BIS 자기자본비율 12%(기본자기자본비율 9%)에 못 미치는 은행에 자본확충펀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경영간섭을 우려한 은행들이 펀드지원 신청에 주저하면서 자본확충펀드는 현재 유명무실화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런 와중에 은행 건전성을 가르는 BIS 비율을 10%로 낮추겠다는 금감원장의 발언은 이미 자기자본비율 10%를 충족한 대부분의 은행들이 자본확충펀드를 외면할 공식적인 명분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 활성화는 금융위에서 지원은행에 어떤 조건을 요구하느냐에 달린 것이지 이번 BIS 비율 완화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은행들은 감독당국이 지금처럼 10%니, 12%니 하는 식으로 구체적 BIS 비율까지 권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은행 고위인사는 "당국은 대출을 늘리라거나, 혹은 건전성을 강화하라거나 하는 큰 방향만 제시하면 된다"면서 "규정에도 없는 BIS비율 목표치를 제시하고 수시로 뒤바꾸는 것이야말로 관치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 BIS 자기자본비율ㆍ기본자기자본비율이란?

BIS가 정한 국제적 은행건전성 평가지표. 은행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것이 자기자본비율이다. 자기자본은 실질순자산 성격의 기본자본(자본금 이익잉여금 신종자본증권 등)과 부채성격의 보완자본(후순위채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기본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누면 기본자기자본비율이 된다.

문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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