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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새해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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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새해 희망

입력
2009.01.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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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MBC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파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에 대하여 다시 한번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전 지구적인 기후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되어 주목을 받고 있다.

포항공대 이기택 교수는 지난달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지구온난화로 인해 동해 바닷물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1990년대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우려되는 '대립ㆍ분열의 운세'

바닷물은 수심 300m를 기준으로 표층수와 중층ㆍ심해수로 나누는데, 이 둘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순환한다. 겨울철 표층수의 온도가 낮아지면 밀도가 높아져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동해는 약 100년 주기로 표층수와 심층수가 완전히 뒤바뀌는 수직순환을 한다고 한다.

이러한 순환은 환경에 큰 도움이 된다. 표층수가 심해로 내려갈 때 자신이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그대로 가져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량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동해의 경우 지난 200년 동안 약 4억 탄소톤을 흡수했는데, 이는 우리나라가 2003년 방출한 이산화탄소 총량의 3배에 해당한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표층수 온도가 높아지면 밀도가 높아지지 않아 표층수가 깊은 바다로 이동하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표층수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줄어들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 지구온난화를 재촉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기택 교수는 "동해의 이산화탄소 흡수량 급감은 지구온난화에 의해 바닷물의 수직순환에 이상이 생길 수 있음을 알리는 징조"라고 우려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현상이 동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구전체로 확산될 경우 적도에서 극지방으로 이어지는 바닷물의 순환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데 있다. 연구결과 이 순환이 영향을 받으면, 이를 통하여 이루어지던 적도와 극지방 사이의 열 교환이 중단되어 세계적인 기상이변이 속출할 수 있다고 한다.

서로 순환하고 소통해야 할 것이 어떤 이유로든 막히면 치명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계나 사람 사는 세상이나 마찬가지이다. 주역의 '화택규(火澤睽)'라는 괘에 '상화하택(上火下澤)'이라는 말이 나온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위에는 불, 아래에는 못'이라는 뜻이다.

본래 불은 위로 타오르고 물은 아래로 흘러내리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불이 아래에 있고 물이 위에 있으면 서로 순환을 하나, 그 위치가 서로 바뀌면 불은 위로 솟으려고만 하고 물은 아래로만 스며들려 하니 순환이 일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상화하택'은 '불이 물 위에 있으니 물이 끓을 리 없어 불은 불대로, 물은 물대로 따로 노는 상태'이니, 소통과 교류가 막힌 채 서로 이반하고 대립, 분열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상화하택'은 2005년 우리나라 한해의 모습, 곧 극심했던 분열상을 반영하는 고사성어로 뽑히기도 했는데, 지금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아 씁쓰레하다.

소통과 상생의 한해 되길

'화택규'의 반대 괘는 택화혁(澤火革)으로, 물이 위에 있고 불이 아래에 있는 형국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불이 물을 끓여 변화와 개혁이 일어난다 이 괘는 한의학의 '수승화강(水昇火降)' 원리와도 통한다. 생명현상에서는 물 기운은 위로 흐르고 불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야 서로 도와 생명력이 왕성해진다는 원리이다.

식물의 경우, 물은 뿌리와 줄기를 통해 위로 올라가고 태양 빛은 광합성을 통해 뿌리로 내려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새해 우리나라의 운세는 택화혁과 수승화강의 기운을 빌어 소모적인 분열상을 극복하고, 막힌 것이 하나도 없이 서로 소통ㆍ상생함으로써 생명력이 강건한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변환철 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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