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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예방 '푸른 가로등' 기대 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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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예방 '푸른 가로등' 기대 커요"

입력
2009.01.1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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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불빛을 주황색에서 푸른색으로 바꾸면 범죄발생률이 낮아질까? 영국과 일본의 일부 도시에서 푸른빛 가로등을 도입했더니 범죄발생률이 15~20% 가까이 낮아졌다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시범적으로 도입한 곳이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2동과 개포4동이다. 벌써 시범 도입한 지 한 달째다.

8일 오후 6시30분 어둠이 깔린 개포4동 주택가. 가로등이 하나 둘씩 켜지면서 동네가 푸른 빛 속에 파묻혔다. 가로등이 주황색 나트륨 불빛이 아니라 푸른 빛 메탈등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5일부터 '푸른 가로등' 31개가 주택가 골목 곳곳에 설치되면서 벌어진 풍경이다. 강남구는 관할서인 수서경찰서와 함께 국내 최초로 범죄 예방을 위해 개포2동과 4동에 80개의 푸른 가로등을 시범 설치했다.

주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본보가 푸른 가로등을 시범 도입한 지 한 달이 된 7일과 8일 개포4동 주민 50명을 대상으로 물어 본 결과, 60%가 넘는 31명이 푸른 가로등 도입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찬성이유는 '범죄예방에 좋다니까'(13명), '더 밝아져서'(8명), '분위기가 좋아서'(6명) 등의 순이었다.

7살 아들의 손을 잡고 귀가하던 편은미(39ㆍ여)씨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오히려 맑은 느낌을 줘서 좋다"며 "무엇보다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니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매일 새벽 동네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 김모(51)씨는 "전에 주황색 등 때는 멀리 있는 물체가 어슴푸레하게 보였는데 푸른 가로등으로 바뀌고 확실히 더 잘 보인다"고 말했다.

부정적 반응을 보인 19명은 '어색하다'(11명), '차가운 느낌을 준다'(8명)는 이유를 댔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정희주(58)씨는 "빛이 바뀌니까 나이 든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어색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오충익(43)씨도 "푸른 빛은 추워 보인다"며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뭔가 움츠러들게 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 영국 글래스고가 원조… 일본서 확산

푸른 가로등의 원조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산업도시 글래스고. 마약 사범으로 악명을 떨치던 도시다. 글래스고시는 2000년 시내 쇼핑가이자 환락가인 뷰캐넌(Buchanan) 거리의 가로등 빛을 오랜지 색에서 푸른색으로 바꿨다.

도시 경관을 바꿔 보자고 시도한 것이었다. 그런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시내 중심가의 범죄발생률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를 일본 언론이 보도한 뒤 2005년 일본의 나라현이 가로등을 푸른색으로 바꿨다.

일본 나라현은 2차 대전 이후 2002년에 최고에 달했던 범죄 건수를 어떻게 든 줄여보기 위해 범죄예방종합대책을 마련해 실시 중이었다. 2005년 도심 가로등을 푸른색으로 바꾸고 순찰을 강화하자 범죄건수가 2005년 2만 1,365건에서 2007년 1만 8,299건으로 감소했다.

범죄발생률 감소가 순찰을 강화했기 때문인지, 푸른 가로등 때문인지는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치솟던 범죄발생률이 현격히 떨어진 것은 분명했다. 이후 일본에서는 시마네현과 시즈오카현 등 지방자치단체 16곳이 푸른 가로등을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EBS '다큐프라임'에서 이 같은 일본의 사례가 소개됐다. 이에 관심을 갖게 된 수서경찰서는 일본에 담당 경찰관을 보내 현지조사를 했고, 곧바로 강남구청과 협의해 주택가 밀집지역에서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수서경찰서는 7일에는 형사당직실과 유치장의 벽면도 밝은 파란색으로 바꿨다.

■ 푸른 가로등 효과 논란

푸른색이 범죄예방 효과가 있다는 주장의 과학적 근거는 푸른색이 심리적 안정을 가져온다는 것. 푸른색을 보면 뇌의 사상하부가 자극을 받아 심리적 안정작용을 하는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붉은색은 흥분작용을 하는 호르몬 아드레날린을 분비한다. 푸른색을 보면 붉은색을 볼 때보다 맥박수가 20회 정도 줄어 든다는 임상 실험 결과도 있다.

하지만 범죄 감소효과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색채심리분석사 김용숙(39ㆍ여) 백석문화대 교수는 "남성 정장에서 짙은 푸른색 계열이 선호되는 것은 상대방에 주는 안정감 때문이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만 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색 자체가 범죄발생률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학계 보고는 아직까지 없다"고 말했다.

한동수(65) 한국색채연구소 소장은 "색은 상황에 따라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며 "파란색이 심리적 안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지만 장시간 보면 오히려 무기력증을 일으키는 등 정서적으로 부정적 효과가 낼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고 말했다.

범죄심리학계에서는 '색(色)'을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CPTED는 공동체의 환경을 범죄예방을 고려해 설계하는 것이다. 예컨대, 편의점 계산대를 출입구 행인들 눈에 잘 보이는 입구쪽에 배치해 우발 범행을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주택가에 폐쇄회로TV를 설치하는 것도 같은 예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푸른 가로등이 설치된 지역은 다른 지역과 영역이 구별돼 범죄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깨진 창이 있는 건물은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과 반대의 이치"라며 "푸른 가로등이 범죄를 감소시킨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환경범죄학 관점에서는 충분히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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