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개봉한 '과속스캔들'이 9일 550만 관객을 넘었다. 개봉 초기 "좀 되긴 하겠지" 하던 조심스러운 전망을 크게 넘어서는 수치다.
지난해 11월 24일 기자시사회를 갖기 전까지 '과속스캔들'에 대한 영화계의 기대치는 바닥 수준이었다. 한 영화인은 "불과 50여일 만에 촬영을 끝낸 영화가 나올 정도니 충무로가 정말 위기는 위기인 모양"이라고 섣부른 비판을 가했고, 몇몇 기자는 "연말 특수를 노린 그렇고 그런 코믹 기획 영화"라는 생각에 망설이다 시사회장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시사가 끝난 뒤 '과속스캔들'에 대한 평가는 일순간 뒤바뀌었다. "제목만 빼고는 다 좋다"는 유머 섞인 찬사가 쏟아졌다. 일부는 "제2의 '미녀는 괴로워'가 나타났다"고 흥분했다. 2006년 12월 개봉한 '미녀는 괴로워'는 영화계의 예상을 깨고 662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그 해 겨울 흥행 왕좌에 올랐다.
그러나 뒤늦게 '과속스캔들'을 챙겨본 영화인들은 '과속스캔들'의 흥행 성공을 쉬 점치지 못했다. "요즘 드물게 잘 만든 코미디지만 만듦새가 '미녀는 괴로워' 보다는 떨어진다"는 평이 뒤따랐고, "500만명 이상의 대박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잘하면 300만명 정도 볼 것"이라는 보수적인 예측이 주를 이뤘다.
"한국영화는 쓰레기"라는 관객들의 극단적인 비아냥이 그 어느때보다 많았고, 경제 한파가 극장가에도 몰아닥친 시기였기 때문이다.
영화의 완성도로 기자들과 영화인들의 선입견을 어느 정도 넘어섰다지만 관객들의 마음까지 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요즘 볼 만한 영화 추천해달라"는 회사 선배들에게 '과속스캔들'을 권했다가 '날 어떻게 보고' 식의 싸늘한 눈빛을 수 차례 받을 정도였으니….
수많은 장애물을 넘고서 흥행질주를 하고 있는 '과속스캔들'이 충무로에 던지는 시사점은 단순 명료하다. 관객들은 제아무리 혹독한 불황이 와도 좋은 한국영화를 보기 위해서라면 극장을 찾는다는 것.
"앞으로 몇년간은 살아남는 게 지상 목표"라고 요즘 입버릇처럼 말하는 영화인들, 잘 만든 영화는 확실히 밀어주는 관객들의 후원을 믿고 힘 좀 내야겠다.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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