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입사한 지 몇 년이지?"라는 상사의 물음에 "올 것이 왔구나, 아이들 학자금은, 부모님 치료비는…" 하며 울상을 짓는 한 회사원이 등장하는 TV광고가 남의 일 같지 않은 시대.
미국의 신예 작가 조슈아 페리스(34)의 <호모 오피스쿠스의 최후> (이레 발행)는 평소 동료 험담, 거짓 소문이나 입에 올리면서 어려운 줄 모르고 생활하던 미국의 직장인들이 갑자기 닥친 정리해고의 칼바람 앞에서 벌이는 천태만상을 묘사한 블랙코미디다. 호모>
배경은 닷컴버블이 꺼져가던 무렵인 2001년 시카고의 한 광고회사. 안정된 고용, 높은 급료를 받으며 권태롭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카피라이터들에게 구조조정의 바람이 분다.
"설마 내가?" 하는 자신감에 차 있던 이들이건만 "내가 회사에 매일 공헌하지 않는다면 회사 전체가 엉망이 되어버릴 것"이라는 환상에서 깨어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해고 통보를 받고 난 다음날 버젓이 출근해 다른 회사에 보낼 이력서를 복사하는 크리스, 사무실 창문에 컴퓨터를 집어던지려다 유리창이 깨질까봐 포기하는 톰 등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대응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모습은 마치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한 서글픔을 자아낸다. 감칠맛 나는 문장이 미국식 시트콤에 익숙한 20, 30대 독자들에게 어필할 만하다. 원제 'Then we came to the end'(2007).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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