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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포용정책의 재기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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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포용정책의 재기를 위하여

입력
2009.01.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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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의 칼럼니스트 프랭크 칭은 7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도전적인 반론을 제기했다. '뛰지 말고 걸어라'라는 칼럼을 통해 지난해 12월 31일 후 주석이 대만에 정치 군사 대화를 전격 제의한 것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직항로 개설 등 3통(三通)으로 대표되는 양안 화해는 불과 8개월 만에 이룩한 성과"라며 "속도를 더 내면 후폭풍을 맞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안 화해에 과속 걱정 여론

사실 양안은 지난해 5월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취임한 이후 직항로 개설(7월), 중국 고위급 대표단의 대만 방문(11월), 3통 실현(12월) 등 숨가쁜 수순을 밟아왔다. 이렇듯 양안 관계를 근본부터 흔드는 중요한 변화가 짧은 시간에 있었지만 정작 대만인은 이를 별로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대만의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3.5%는 대만이 독립해야 한다고 답했고, 6.5%는 중국과 통일해야 한다고 밝혔다. 57.8%는 독립이나 통일을 하지 말고 현 상태를 유지하자는 쪽이었다. 대만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0~60%가 줄곧 현 상태 유지라는 중립지대에 있는 점을 생각하면 대만의 통일 여론은 여전히 미약하기 그지없다. 프랭크 칭은 이런 점을 지적하며 "대만인에게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칼럼을 읽으면서 떠오른 것은 지난 10년간 추진됐던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햇볕정책)에서 이런 지혜가 부족했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어느 정도 성과를 얻고 그것이 숙성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 정책의 완급 조절, 여론이 따라오기를 기다리는 느긋한 여유 등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과거 포용정책을 좌우했던 인사들이 하나같이 '햇볕정책의 전도사'였던 것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신중론과 반론이 터잡을 공간을 축소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6일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 장롄구이(張璉瑰)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상하이 일간 동방조보(東方早報)에 포용정책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현 남북관계 경색이 햇볕정책 포기 탓만은 아니다'라는 글을 실었다. 장 교수는 "긴장완화 등의 성과를 거둔 포용정책은 제로섬 게임과 같은 남북관계의 본질을 바꾸지 못했고,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며 "남북관계의 조정국면은 필연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모든 비용을 남측이 부담하면서도 북한이 주도권을 쥐는 정치 외교적 불균형 등을 포용정책의 부작용으로 거론했다. 특히 북한을 변화시키려 했던 포용정책이 남한을 반북세력과 친북세력으로 갈라 놓았다는 지적은 매우 따끔하다.

장 교수가 평소 포용정책을 매우 호의적으로 평가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경청할 가치가 있다. 반면 한국의 포용론자 대부분은 여전히 이명박 정부가 포용정책을 포기한 데만 초점을 맞춰 비판의 칼날을 세우고 있다. 포용론자 사이에서 이처럼 통렬한 성찰이 나오지 않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남북관계도 시간의 지혜 필요

지난해 2월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장관 이임사에서 "우리 인생에는 시간이 아니면 채울 수 없는 지혜의 공간이 있다"는 퍽 인상적인 말을 했다. 지금 당장은 볼 수 없는 지혜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보인다는 것이다. 11년 전 걸음마를 시작한 포용정책은 이제 지난 세월을 되돌아볼 연륜을 쌓았다. 포용론자들은 10년을 거슬러 올라 포용정책의 부족한 부분을 정리하고 '포용정책 수정 증보판'을 만들어야 할 때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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