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 후 배아상태에서 암 유전자 진단을 거친 건강한 맞춤 아기가 영국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아기의 탄생을 계기로 인간을 개량하려 한다는 윤리적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 외신은 런던대(UCL) 연구팀이 유방암 등을 유발하는 유전자 BRCA1의 존재 여부를 진단한 뒤 유전자가 없는 배아만 골라 자궁에 이식, 여자 아이를 탄생시켰다고 10일 보도했다.
아기 엄마는 남편의 모든 여자 친척이 유방암으로 고통받는 것을 보고 가족 병력을 자손에게 물려주지 않기 위해 지난해 6월 임신 전 유전자 검사를 하기로 했다. 연구팀은 BRCA1 유전자가 있는 배아는 버리고, 없는 배아만 골라 착상시켜 아이를 탄생시켰다. 아이가 BRCA1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80%, 난소암에 걸릴 확률은 60%에 이른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시술을 담당한 UCL의 폴 서할 박사는 “아이와 산모 모두 건강하다”며 “집안을 괴롭힌 암 유전자가 후세로 이어지는 것을 완전히 없애는 게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UCL 연구팀은 아이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0%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간 가디언은 유전적 요인 뿐 아니라 자녀의 수, 수유 여부, 몸무게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유방암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 아이 역시 나중에 유방암에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진이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여성 1,492명을 조사한 결과 BRCA1 등의 유전자가 없어도 발병할 확률이 40%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윤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생명윤리단체를 이끌고 있는 조세핀 퀸타발레는 “자손의 형질을 개량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번 신생아 탄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타임스는 배아 상태에서 유전자 검사를 하는 데 2,000~3,000파운드가 들기 때문에 가난한 부모는 자녀에게 병을 물려줬다는 죄책감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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