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 입법전쟁 과정과 그 이후 한나라당 상황이 4년 전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처지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2004년 말~2005년 초 당시 열린우리당의 실패에서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어야 하는데 걱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우선 법안 처리 진행 과정과 결과가 매우 흡사하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국가보안법 폐지안과 사립학교법 등 이른바 4대 법안을 강력 추진했지만 본회의장 점거에 나선 한나라당의 반대 등으로 인해 결국 신문법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 처리에는 실패했다. 한나라당도 지난 연말 미디어법, 금산분리완화 관련 법 등 쟁점 법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민주당의 본회의장 점거 등 강력 저지에 부딪혀 쟁점 법안을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특히 내부 분열이 법안 처리 실패의 한 원인이었다는 점도 비슷하다. 당시 152석을 가진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원내대표 협상을 통해 ‘국보법 대체입법’카드를 마련했지만 당내 강경파들의 반대로 의원총회에서 부결시키는 등 극심한 분열상을 보였다. 이번에도 172석의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은 친이명박계, 친박근혜계 간의 계파 갈등 양상에다 친이계 내부의 결속력 이완 현상 등을 보여줬다.
후폭풍 양상도 닮았다. 열린우리당에서는 법안 처리 실패 이후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며 천정배 원내대표와 이부영 의장 등 지도부가 차례로 사퇴했다. 특히 강경 개혁파와 중도실용파 사이에 실용ㆍ개혁 논쟁(이른바 ‘난닝구ㆍ빽바지’논쟁)이 본격화하며 우리당을 내내 괴롭혔다. 한나라당에서도 역시 법안 처리 무산 직후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진 것은 물론이고 친이계 강경파와 친이계 온건파, 친박계 간의 책임 논쟁이 가열됐다.
다만 과거 열린우리당에서는 지도부가 물러나는 사태까지 이어졌지만 이번 한나라당의 경우엔 지도부 책임론이 일단 잠복해 실제 사퇴로까지 이어지지 않은 점은 다르다. 또 과거 열린우리당이 이념성향을 놓고 갈라졌다면 한나라당은 사람 중심의 계파를 기준으로 분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안 처리 실패 이후 당내의 강경ㆍ온건파들이 각각 실패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며 싸움질을 하고 있다는 점은 별반 다르지 않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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