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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네르바에 농락당한 천박한 지적 풍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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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네르바에 농락당한 천박한 지적 풍토

입력
2009.01.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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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에서 우리 경제의 취약점을 족집게처럼 짚은 비관론을 전파하며 '온라인 경제대통령' 칭호까지 얻었던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엊그제 검찰에 붙잡혔다.

그는 지난해 12월29일 '대정부 긴급공문발송 1보' 제목으로 "정부가 오늘 오후 2시 주요 7대 금융기관과 수출입 관련 주요기업에 달러매수를 금지할 것을 권하는 긴급공문을 보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명백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어찌 보면 단순한 범죄혐의를 받는 미네르바의 체포는 다시 엄청난 사회적 파장과 논란을 낳았다.

그의 체포를 둘러싼 논란의 주제는 다양하다. 그가 진짜 미네르바인가 하는 진위 논란을 비롯해 사법처리의 적정성 및 정치성 시비를 지나, 표현의 자유에 관한 헌법적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위신과 지성계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지극히 부박(浮薄)한 우리사회의 양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온 사회가 말 그대로 지성의 빈곤을 자인하며 허공을 향해 마구 주먹을 휘두르는 '지적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검찰 발표대로 그의 혐의는 '긴급공문' 운운하면서 전기사업통신법상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과 유언비어를 유포한 것이 전부다. 그런데도 검찰은 마치 오랫동안 추적하던 국사범을 검거한 것처럼 요란을 떨었다. 덩달아 특정 이해를 가진 세력들은 '돌팔이 의사의 사기극에 놀아난 대한민국' '입 막기 편파수사'라는 등의 편의적 해석과 허위 의식을 덫 칠하는 행태를 되풀이 하고 있다.

미네르바의 명성은 정부가 우리경제의 펀더멘털을 과신하고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을 과소평가하고 있을 때 정부의 안이한 전망과 대처를 통렬하게 비판함으로써 얻은 것이다. 운 좋게 리먼 브러더스 도산과 환율 급등 등 시장이 정부의 낙관론보다 그의 비관론을 따라 움직임으로써 네티즌 사회에서 그의 진가는 더욱 돋보였다. 자신에 대한 호기심을 '신비 마케팅' 기회로 활용한 그의 수완도 한몫 했다.

그의 체포가 다시 소용돌이를 일으킨 것은 '증권사와 해외근무 경험이 있는 50대 시장전문가'라고 추측했던 이가 실제로는 '공고ㆍ 전문대 출신의 독학 30대 청년'이었다는 낭패감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한쪽에선 '3월 위기설'을 제기한 그 사람이 과연 맞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맞서 검찰은 '언론인보다 글 잘 쓰는' 피의자의 자백을 증거로 내세운다. 그러나 이런 논란은 모두 본질을 벗어났다.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뿌리부터 불신하도록 만든 '괘씸죄'를 물으려는 검찰의 과잉의욕이 박해 받는 '시대의 이단아'를 만드는 형국이다.

지금 우리사회가 무엇보다 반성할 것은 경력과 이력조차 모를 정체불명의 인터넷 논객을 '경제 마이스터'로 떠받드는 것을 방관하고 부추긴 지성의 타락, 지적 리더십의 실종이다. 내로라 하는 경제학자가 그를 '뛰어난 경제스승'이라고 칭송한 것은 참으로 민망하다. 설령 검찰이 체포한 미네르바가 가짜일지라도 이런 사리는 달라질 게 없다. 미네르바 해프닝은 '침묵은 가장 야만적이고 무책임한 지식'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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