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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쉬운 '투명사회협약'의 좌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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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아쉬운 '투명사회협약'의 좌초

입력
2009.01.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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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대에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현 정부 아래에서 '투명사회협약' 운동이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 우리는 몇 년 전, 세계 제일의 투명성을 자랑하던 미국마저도 엔론 사의 회계부정사건 단 한 건으로 기업의 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말았던 장면을 목도했다.

하물며 국제사회에서 아직도 부패가 만연한 나라라는 인식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투명성 확보를 위한 자발적 협약운동을 장려는 못할망정 폐기해버리는 의도를 도무지 알 수 없다. 세계화 시대에 투명성은 정의 실현이라는 범주를 넘어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본조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이다.

'부패 없는 사회' 향한 노력

부패 척결은 단지 정부의 의지나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을 통한 하향식 규제와 처벌만으로 쉽게 이룰 수 없는 문제이다. 사회적 인습은 물론 문화까지도 바꾸려는 당사자들의 주체적인 노력과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사안이다. 우리 국민은 오랜 경험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공정한 분배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비록 어렵더라도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이 같은 토대 위에서 2005년 3월 9일 공공기관, 정치(국회), 기업(주요 경제단체),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합의하여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협약 체결식 행사를 열어 부패와 비리로 얼룩졌던 과거를 반성하고 투명한 사회, 신뢰 받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갈 것을 국민 앞에 약속했다. 부패를 사정기관의 책임만으로 두지 않고 공동의 과제로 삼아 투명사회를 실현시켜 나가는 주체로 나서겠다고 결의했던 것이다.

이후 협약에 따라 각 지역과 분야로 참여의 폭이 널리 확장되었고 서로가 투명사회를 위해 담당해야 할 과제와 역할들을 목록화하고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반 부패 운동을 위한 의제들이 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투명사회협약이야말로 반 부패를 위한 '역할모델'이라며 한 목소리로 경탄과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2004년 10점 만점에 4.5점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도 지난 해 5.6점으로 수직 상승하는 등 비약적인 개선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 해 초부터 투명사회협약은 좌초 위기에 봉착하고 말았다. 정부는 배정되었던 예산 지원마저 끊어 버렸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감사원을 동원해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를 낱낱이 감사하도록 했다.

정부 움직임에 발맞추어 재계 일부도 투명사회협약 가입이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했던 것이라며 지원과 참여를 중단하였다. 또 국회 운영위원회와 정무위원회는 이미 여야 합의로 투명사회협약에 대한 계속 지원을 위해 배정하도록 요구한 예산을 마지막 단계에서 전액 삭감해 버렸다.

정부의 관심과 지원 절실

정치권과 공공기관, 기업들이 어렵사리 함께 손잡고 이행할 것을 약속했던 투명사회협약을 이처럼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리는 현실에서 시민사회만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은 아무런 의미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시민단체들의 계속적인 요구와 국제 투명성기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간곡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이제 투명사회협약은 협약 체결 당시의 정신이 크게 훼손된 채 좌초하게 된 것이다.

이제라도 이 운동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정부가 국제사회의 신뢰를 받고 효율성 높은 나라를 만들려는 의지가 있다면, 한국 사회의 주요 당사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고자 하는 투명사회협약운동이 재개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관심과 지원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학영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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