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고뭉치로 감전사고까지 당한 제리(잭 블랙)가 단골 비디오가게 '비 카인드 리와인드'에 들르면서 이상하게도 모든 비디오테이프의 내용이 지워진다.
손님이 청룽(成龍) 주연의 '러시아워2'를 당장 내놓으라고 하니 제리는 얼떨결에 비디오가게 점원 마이크(모스 데프)와 위기 탈출을 위한 짝퉁 영화 제작에 나선다. 그런데 웬걸? 손님들은 엉터리 비디오테이프에 열광하고, 비디오가게는 때아닌 문전성시를 이룬다.
영화를 찍으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포복절도할 상황이 자주 배꼽을 노리는 영화다. 잭 블랙이 80세의 깐깐한 할머니로 분장하고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를 재연하거나, 고철을 이용한 복장으로 '로보캅'을 찍는 장면 등에서 관객이 근엄한 표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헛헛한 웃음만 주고 끝나진 않는다. 도시 개발에 밀려 철거 위기에 놓인 비디오가게를 살리기 위해 아주 오래된 농담처럼 재즈 피아니스트 패츠 월러(1903~1943)에 대한 가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이를 상영하는 마지막 장면은 관객의 가슴 밑바닥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특히 하얀 천 뒤의 유리창을 통해 투영되는 영화의 모습은 '영화에 대한 영화'를 말할 때 곧잘 최고로 꼽히는 '시네마천국'의 여러 장면들을 연상시키며 감동을 자아낸다.
'휴먼 네이처'와 '수면의 과학', '이터널 선샤인' 등에서 엉뚱한 상상력을 발산시켰던 미셸 공드리 감독의 최신작인 이 영화는 이제 수명을 다한 비디오테이프에 바치는 만가(輓歌)라 할 수 있다.
영화감독이나 배우 등에 대한 꿈을 오래도록 간직해온 관객이라면 감동지수가 더욱 높을 듯하다. 제목 '비 카인드 리와인드'(Be Kind Rewind)는 '테이프를 되감아서 반납해 달라'는 뜻.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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