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G 스토신저 지음ㆍ임윤갑 옮김/플래닛미디어 발행ㆍ592쪽ㆍ2만5,000원
전쟁이 일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학자들은 전쟁이 인간으로서는 명백하게 통제할 수 없는 어떤 힘, 즉 민족주의나 군국주의, 동맹체제와 같은 이념, 또는 경제적인 원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발발한다고 설명해왔지만 과연 그것이 진실일까. <전쟁의 탄생> 의 저자 스토신저는 이같은 궁금증에서 출발해 역사를 뒤흔들었던 10대 전쟁을 샅샅이 고찰한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 전쟁의>
그가 소개하는 전쟁은 20세기에 벌어진 두 차례의 세계대전, 한국전, 베트남전, 발칸전쟁, 인도-파키스탄 전쟁, 아랍-이스라엘 전쟁, 후세인의 이란과 쿠웨이트 공격, 오사마 빈 라덴과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 전쟁 등이다. 각각의 전쟁이 발발하던 순간, 지도자들은 전쟁의 문턱을 어떻게 넘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자 책을 썼다고 저자는 서문에서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이 전쟁들의 경과를 분석한 결과 지도자의 성격이 사실 전쟁의 발발과 평화의 유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전쟁으로의 선택은 결국 지도자의 '잘못된 지각'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잘못된 지각'은 지도자가 바라보는 자신의 이미지, 적의 성격을 보는 지도자의 관점, 자신을 향한 적의 의도에 대한 지도자의 관점, 그리고 지도자가 적의 능력과 힘을 보는 관점 등 네 가지의 상이한 형태로 나타난다. 만일 한 국가가 다른 국가를 적으로 인식하고 이 인식이 길게 이어지면 급기야 이 인식은 사실이 되곤 했다.
실례로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 황제 빌헬름은 피해망상에 빠져 영국이 독일에 대항할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생각해 오스트리아를 제지하는 중재자 역할을 계속하지 못했고, 스탈린은 마르크스주의의 독단에 몰입해 자본주의자들을 상투적인 거짓말쟁이로 생각했고 히틀러의 잔인한 의도에 대한 처칠의 경고를 믿지 않아 패망할 뻔했다는 것이다.
아랍과 이스라엘, 인도와 파키스탄은 서로 상대방에게 최악의 상황을 예상했고 이런 추측은 종종 전쟁으로 향했으며, 코소보에서는 알바니아인들이 세르비아인들을 추방하려 한다는 밀로셰비치의 믿음이 정복전쟁의 단초였다는 점도 예로 든다.
저자는 "인간의 공격 성향은 선천적일지 모르지만 전쟁은 학습된 행동이다"라고 지적하며 전쟁의 원인은 완전히 근절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그는 "인류는 성당과 난민수용소 모두를 건설했다"며 오스카 쉰들러와 저자 자신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에서 구했던 일본인 외교관들을 예로 들며 인간이 지닌 '원초적 순수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전쟁의 참상과 운명론적인 비관을 말하는 게 아니라 전쟁 속에 숨겨진 '희망'을 얘기하는 셈이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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