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신의 직장’ 중에서도 단연 최고로 꼽히는 곳. 임직원 평균급여가 1억원을 넘는 곳. 바로 증권선물거래소다. 그런데 이 아쉬울 것 없는 회사의 노조원들이 지난 2일부터 천막농성중이다. 언뜻 보면 “뭐가 부족해서…”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이들이 정초부터 시위에 나선 까닭을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정은 이렇다. 지난해 9월 감사원은 거래소의 공공기관 지정을 기획재정부에 권고했다. ‘앉아서 돈 버는 사실상 공적 기관인데도 감시가 소홀해 경영이 방만하고 비리가 많다’는 이유였다.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도 지난 11월 비슷한 의견을 냈고, 재정부는 이 달말 거래소의 공공기관 편입여부를 확정 지을 예정이다.
거래소가 독점적 수익구조를 지닌 것은 공지의 사실. 경영이 느슨한 것도 반박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정부 통제를 받게 한다? 참으로 시대에 역행하는 황당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증권시장은 ‘자본주의의 꽃’이요, ‘자유시장경제의 정수’다. 그 중심에 거래소가 있다. 세계 각국의 거래소들은 요즘 국경을 넘나들며, 자유로운 인수ㆍ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 더구나 주요국가 거래소 중 공공기관인 곳은 한군데도 없고, 증시 상장이 안 된 곳도 일본 스위스 한국 등 손에 꼽을 정도다.
글로벌 트렌드가 이럴 진데 거꾸로 정부의 직접적 통제 하에 두겠다니. 있는 공기업도 민영화하는 판에, 더구나 ‘작은 정부’를 외치는 MB정부에서 100% 민간소유 주식회사인 거래소를 거꾸로 공공기관화 하겠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발상인지. 외부감시가 약하다면 주무부처의 감독기능을 강화하면 되고, 경영이 방만하다면 기업공개(IPO)를 통해 시장의 통제를 받게 하면 된다.
정부는 거래소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솔직하게 따져봐야 한다. 방만경영의 역대 책임자들, 다름아닌 정부와 정치권에서 ‘낙하산’으로 내려보낸 인사들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고찬유 경제부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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